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허경 기자
정부가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흔드는 농지 투기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돌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지 관리 실태를 향해 "투기판이 됐다"며 고강도 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농정당국은 발 빠르게 지자체와 합동으로 '가짜 농부' 색출을 위한 실행 방안 마련에 나섰다.
범정부 합동 점검 체계 가동…'현장 검증' 실효성 높인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투기 수요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농지 이용 실태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서류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영농 여부를 확인하는 현장 점검 위주로 진행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현재 인력만으로는 전국 조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점검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실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즉각적인 매각 명령 등 강경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李대통령 "농지 관리 엉망, 투기 대상 돼"…10년 새 농지 가격지수 130% 상승
이번 조사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주재한 제6회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너무 엉망이고 투기 대상이 돼버렸다"며 "땅값이 오르지 않을 것 같으면 내놔야 정상인데, 값이 오를 것 같으니 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해 놓고도 각종 제도 운영 과정에서 사실상 위헌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전수조사와 매각 명령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농지가격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등에 따르면, 전국 농지실거래가격지수(2015년 100 기준)는 2010년 '0.76'에서 2020년 '1.76'으로 10년 새 약 131% 급등했다. 특히 전남(2.18), 전북(2.17) 등 호남권과 제주(2.04) 지역은 지수가 2배를 상회했으며, 지난 10년간 가격이 하락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전경(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뉴스1
명의만 농민인 '가짜 농부' 퇴출…"경자유전 원칙 바로 세워야"
현행 농지법은 헌법상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에 기반한다. 법은 원칙적으로 농업인이 아닌 경우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속, 8년 이상 영농 후 은퇴, 주말·체험영농 등 예외는 허용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농지는 실제 농업경영에 이용돼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할 경우 지자체장이 6개월 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투기성 취득을 막기 위해 농업경영체 등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실제 영농 여부를 확인해 직불금, 비료 지원, 정책금융 등 각종 농업 지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등록 신청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심사를 거쳐 승인된다.
문제는 명의만 농업인으로 등록하고, 실제 영농을 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농지를 방치하거나 임대수익만 얻는 방식, 개발 기대 지역 선점 등 투기 유형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농업경영체 등록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농지가 본래 목적대로 이용되는 '농지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투기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농지 거래 관행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euni121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