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대신 반지…`웨딩 수요`에 `명품관` 판 바뀐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5일, 오후 07:22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백화점 명품관에서 시계·주얼리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혼인 증가로 예물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금값 상승과 브랜드 가격 인상에 따른 선구매 심리까지 겹친 영향이다. 과거 가방·의류 중심이던 명품 소비의 무게중심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소비 둔화 우려 속에서도 백화점 명품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이 진행했던 럭셔리 시계 주얼리 페어 (사진=현대백화점)
2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럭셔리 워치·주얼리 매출은 모두 3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대비 15% 증가한 가운데 워치·주얼리 매출은 3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매출 12.9% 성장과 함께 워치·주얼리 매출이 3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이 14% 늘었고 워치·주얼리는 33% 성장했다. 이는 명품 전체 성장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방·의류 중심이던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결혼 시장 반등이 직접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혼인 건수는 1만 8462건으로 전년 대비 20.1% 증가해 4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증가 흐름이 이어지며 예물 시계·주얼리 수요가 동반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물은 구매 시기가 정해진 목적 소비 성격이 강하고 양가 동반 방문이 많아 객단가가 높은 특징이 있다.

금값 상승도 수요를 앞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금 시세 역시 1돈당 100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주요 명품 브랜드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고,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구매 시점을 앞당기는 선구매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다.

백화점들이 시계·주얼리 매장을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류·가방 명품은 유행과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만 시계·주얼리는 구매 목적이 명확하고 객단가가 높아 매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일부 점포에서는 명품관 공간 배치를 조정해 워치·주얼리 비중을 늘리고, 웨딩 고객 중심 예약 상담과 VIP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객단가가 높고 구매 확률이 높아 핵심 집객 상품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명품 소비의 무게중심이 가방·의류에서 워치·주얼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방은 보급 확대와 함께 희소성이 낮아진 반면 주얼리와 시계는 금·보석 등 원재료 가치가 뒷받침되며 가치 보존 인식이 강한 상품군이기 때문이다. 단순 소비를 넘어 자산적 성격을 띤 구매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백화점들은 하이엔드 워치·주얼리 브랜드 유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9월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주얼리 브랜드 제이콥앤코 단독 매장을 열었고,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 역시 하이 주얼리·시계 브랜드 매장을 확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리뉴얼 과정에서 까르띠에·반클리프아펠·티파니·롤렉스 등 주얼리·워치 브랜드 구성을 강화했다. 명품관 경쟁력이 브랜드 라인업에서 결정되는 만큼 고가 시계·주얼리 유치가 점포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워치·주얼리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혼인 증가에 따른 예물 수요와 금값 상승, 자산 인식 확대가 맞물리며 워치·주얼리가 명품관의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며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목적형 소비라는 점에서 흐름이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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