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창업 나선 60대 고령층, 폐업도 가장 많았다[only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5일, 오후 07:2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최근 생계를 위해 창업에 나선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0대 자영업자들의 실업급여 규모가 전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준비없이 창업 전선에 내몰렸던 고령자 중 상당수가 결국 폐업의 아픔 또한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이데일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폐업 자영업자들에게 지급된 실업급여는 총 205억2600만원으로 2024년 188억2200만원 대비 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실업급여는 사업체 50인 미만이면서 고용보험에 1년 이상 가입해야 하고 △6개월 연속 적자 지속 △직전 3개월 월평균 매출액이 직전연도 같은 기간 혹은 직전연도 월평균 매출액 대비 20% 이상 감소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받을 수 있다. 폐업 또는 폐업 직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까다로운 조건에도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은 2021년 99억3200만원에서 2025년 205억2600만원으로 107% 늘어나는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실업급여 수령액이 가장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료에 따르면 60~69세 고령 자영업자들의 실업급여 수령액은 77억6200만원으로 전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70대 이상을 모두 포함할 경우 81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자영업에 가장 많이 뛰어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폐업도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공개된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216만4885명으로 전년대비 3.2% 증가하며 연령대별 국내 자영업 시장을 살펴봤을때 유일하게 늘었다.

이는 고령층 자영업자들이 충분한 시장조사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운수업이나 음식업 등에 섣불리 뛰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국회미래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공개한 ‘인구구조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자영업 시장의 구조 전환과 미래 전략’ 보고서는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내몰린 고령층이 진입 장벽이 낮은 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중 생계형 업종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창업 준비 기간이 짧고 디지털 적응력이 낮아 경쟁에서 쉽게 도태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주점업에 종사하는 60대의 디지털 도입률은 8.1%로 20~30대의 40% 전후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폐업 증가가 국가 경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이 진행한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 연구에서는 “고령 자영업자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창업 준비가 부족하고 취약업종에 몰려있어 수익성이 더 낮고 부채비율이 높다”며 “폐업 등으로 사업을 그만 둔 이후에는 임시·일용직으로 전환되면서 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들의 급격한 증가는 금융안정 뿐 아니라 경제성장 측면에서도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고령자들은 실질적으로 재취업 기회가 닫혀있어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디지털 전환에 취약할 뿐 아니라 정책자금이나 대환대출 등의 접근성이 낮고 어떤 정부 정책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소외돼 있다”며 “이제는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근본적인 조직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고령층 자영업자들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법과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동시에 소상공인연합회는 물론이고 지역별, 업종별 단체들에 위상과 역할을 부여해 적극적으로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역별로는 지난해 세종시 자영업자들의 실업급여 수령액이 1억6800만원을 기록하며 2024년의 8600만원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규모로는 경기도와 서울시가 각각 54억3900만원과 35억8400만원으로 1, 2위를 다퉜지만 전년대비 증가 규모로는 세종시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계획도시로 지어진 세종시가 처음 설계될 당시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상가 공급규모를 결정하지 않고 도시의 미관 만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 지역 대비 공무원 거주 비율이 높은데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저녁 늦게 유흥을 즐기는 문화가 축소돼 관련 상권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세종시는 지역 특성상 공무원들이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하거나 주말에 서울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지구를 배후로 위락상권을 지나치게 넓게 잡아놓은 경향이 있다”며 “도시가 처음 들어설 때부터 아파트를 배후로 한 학원 업종 외의 상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세종시는 앞으로도 상가가 자리잡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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