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리에 충실하자[안종범의 나라살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전 05:00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5월 9일 이전에 매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시장에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편 5월 9일 이후에는 다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을 감안해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결국 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세금을 통해 매물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서 보면 이 접근은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다. 필자는 지난달 칼럼에서 ‘가격은 정책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금리, 공급여건, 위험 인식, 규제 전망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격 자체를 목표로 삼는 순간 시장은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 대신 우회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조세귀착(Tax Incidence)과 동결효과(Lock-In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조세귀착은 세금을 누구에게 부과하느냐가 아니라 결국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부동산 세금은 명목상 보유자나 매도자가 내지만 실제 부담은 거래가격·전세금·월세·계약조건을 통해 세입자를 포함하는 시장 참여자 전체로 분산될 수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커진 세 부담의 일부를 임대료 인상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이른바 조세전가(tax shifting)가 발생한다.

더 직접적인 문제는 양도세 강화에서 나타나는 동결효과다. 세율이 높아질수록 집주인은 매도를 미룬다. 팔면 세금을 내야 하기에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일단 미루자는 생각이 작용해서다. 이렇게 거래가 줄면 매물도 줄고 매물이 줄면 가격은 내려가기 어렵다.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는 구조다. 노무현 정부 시기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대폭 인상한 결과 거래량이 감소했다는 증거는 실증연구에서 확인됐다. 통계에서도 2007년 거래지수의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동시에 관찰됐다. 세금이 가격보다 거래를 먼저 움직인다는 교과서적 원리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됐다. 세율 강화가 발표되자 시행 전에 매매와 증여 거래가 급증했고 시행 이후에는 매매가 줄어들었다.(문윤상, KDI Policy Study 2024) 특히 강남 3구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양도세 규제가 강화될수록 증여 거래 비중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오예성 외, 부동산·도시연구 2020) 세금을 올리면 집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밖으로 빠져 나간다는 뜻이다.

2018년부터 5년간 수도권 71개 시군구를 조사한 패널분석 역시 같은 방향이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양도세율이 1%p 오르면 거래량은 약 6.9% 감소하는 반면 가격 변동률은 오히려 0.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토연구원, 국토정책Brief 2024) 세금이 가격을 누르기보다 공급을 줄여 가격 상승 압력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양도세 정책 변천사를 보면 동일한 구조가 반복된다. 1980~1990년대에는 1가구 1주택 비과세 원칙이 자리 잡으면서 양도세는 시장을 움직이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제도적 배경에 가까웠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다주택자 중과를 도입하면서 세제를 본격적인 시장 규제 장치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거래감소라는 부작용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2008년 이후 완화기에는 거래가 회복됐고 2017년 이후 중과기에는 다시 거래가 급감했다. 2022년 이후 중과가 완화되자 거래량이 반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화→거래감소, 완화→거래회복’이라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가격보다 거래가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 핵심이다.

보유세 정책 역시 기대와 달랐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 효과를 분석한 정책효과 실증 연구들은 보유세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일부 분석에서는 세 부담 증가분 중 6% 정도가 전세가 상승으로 전가된 것으로 추정했다.(우석진·전병힐, 2009). 가격을 낮추겠다며 도입한 세금이 임차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일각에서는 과거 집값 상승이 정책 실패가 아니라 저금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리가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는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변수다. 그런데도 국가마다 집값 상승 폭은 크게 달랐다.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어떤 나라는 안정됐고 어떤 나라는 급등했다. 차이를 만든 것은 금리가 아니라 정책이었다. 금리는 조건이고 정책은 선택이다. 조건을 이유로 선택의 책임을 면제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금리가 올라도 집값이 반드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급이 부족하거나 매물이 잠기면 금리가 상승해도 가격은 버틴다. 실제 시장에서 가격은 금리보다 공급 제약에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단일 변수의 함수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문제의 본질은 반복이다. 한국은 이미 두 번의 대규모 정책 실험을 했다. 종부세 강화도, 양도세 중과도 모두 집값을 직접 낮추겠다는 시도였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결론은 같다.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거래 위축과 시장 왜곡은 분명했다. 같은 처방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믿음이다.

정부가 시장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시장을 이기려 할 때 정책은 실패한다. 가격을 목표로 삼는 정책일수록 강경해지고 규제는 촘촘해진다. 그러나 시장은 멈추지 않는다. 대신 경로를 바꾼다. 매매가 막히면 증여가 늘고 매물이 줄면 가격은 버티고 규제가 강해지면 거래는 사라지고 기대만 남는다. 정책이 강해질수록 시장은 더 교묘해진다.

다주택자와 같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을 투기꾼으로 간주하고서 비난하고 압박하는 건 정책이 아니고 정치다. 정책은 의지가 아니라 원리에 따라야 한다. 시장은 설득할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다. 가격을 목표로 삼는 순간 정책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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