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대기성 자금 '30조' 쌓였다…자금이동 방향 촉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7일, 오전 06:00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금융시장에서 ‘대기성 자금’으로 통하는 요구불예금이 한달 새 30조원 넘게 쌓이는 등 시중에 유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코스피가 6000포인트를 넘어서자, 연초 증시로 이동했던 자금이 차익실현 후 한 달 만에 은행 통장으로 재유입된 것인데, 시장에선 이 자금을 향후 증시로 다시 유입될 ‘추가 실탄’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MMDA) 포함 요구불예금 잔액은 682조 1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잔액(651조 5379억원)과 비교해 한 달 새 30조원 넘게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입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이른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보통예금이나 급여통장, 단기 자금을 묶어두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예금)도 요구불예금에 속한다. 정기예금과 비교해 금리가 낮지만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쓸 수 있어 투자 전 돈을 임시 보관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4일 기준 107조9031억원으로 연초 대비 약 16조원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32조원대로 연초에 비해 4조원 이상 증가했다.

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머무는 자금이고,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들이 증시가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수익 실현에 나서면서도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걱정에 총알을 한껏 모아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대기성 자금 급증은 코스피 상승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개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 20일부터 26일 사이 개인은 1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자산을 운용할 전통적인 투자처인 부동산과 신흥 투자처인 비트코인 상황도 마땅치 않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12만 5000달러를 돌파한 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27% 넘게 하락했으며 6만 3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고점과 비교해 반토막난 수준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제도 종료, 주택 대출 억제 등 규제 강화로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를 밝힌 1월 마지막 주부터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는 눈에 띄게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이익실현을 하거나 또는 요구불예금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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