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투트랙 교섭' 공식화…의제 범위·공고 의무에 노사 이견(종합2보)

경제

뉴스1,

2026년 2월 27일, 오후 05:34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임세영 기자

정부가 27일 확정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교섭 절차 매뉴얼은 원·하청 교섭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 체계를 공식화했다. 원청 사용자 책임은 확대됐지만, 교섭 단위는 원청과 하청을 각각 별도로 운영하도록 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이번 매뉴얼에 따르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동일 교섭창구로 묶이지 않는다. 원청 노조는 기존 교섭 단위를 유지하고, 하청 노조들만 하나의 집단 단위로 묶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뒤 원청과 교섭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동시에 '절차' 전제를 분명히 했다. 개정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원청을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사용자 책임은 확대됐지만 제재는 법정 절차를 충족한 경우에만 작동하도록 안전장치를 둔 셈이다.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을 확정·발표했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정의(제2조 제2호)에 후단을 신설해,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원청에게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원청은 직접고용 노동자와의 교섭 외에,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메뉴얼은 교섭 요구 공고 단계에서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절차를 안내했다. 사용자성 다툼으로 교섭이 지연되는 상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3월 10일 이후에 노동조합에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가 원청이 공고를 하거나 안 하거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노동위원회에 들어오게 되면 4월 중순 내지 이후면 사건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면서 "소송이 가능하더라도 공정력에 의해서 노동위원회 결정이나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원청 사용자 범위 확대에 따라 교섭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위원장은 "사실은 원청 사용자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노동 현장의 악순환은 원청이 교섭 의무가 없다고 회피하고 하청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이 교섭력을 확보를 못 해서 결국 불법 투쟁이나 거리 투쟁으로 나온 게 현실이다. 사용자도 불법 투쟁에 대한 그런 불확실성보다는 제도권에서 자기가 노력하게 되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원청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임세영 기자

경영계 "사용자성 한정해야"
다만 교섭 의제 범위와 공고 의무,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해석 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매뉴얼이 제시한 '분리 원칙'이 현장에서 어떤 균형점으로 작동할지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계는 교섭 의제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에 있어 교섭 의제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근로조건이냐의 문제"라며 "의무적 교섭 사항을 논하거나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경제계는 "하청 노조가 추가로 요구하는 교섭 의제에 대해서 원청은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므로 교섭의 당사자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청이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근로조건까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하청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계는 원청의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의무와 관련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공고 의무 범위를 둘러싼 부담도 쟁점이다. 매뉴얼은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때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하청 노조 및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하청노조 및 하청근로자의 범위가 모호하고, 하청업체 수가 많고 지역에 산재한 경우 현실적으로 공고 이행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고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고용노동부-중앙노동위원회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임세영 기자

노동계 "접근성은 개선됐지만 한계 여전"
노동계는 교섭 구조 분리 자체에 대해선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교섭권 보장 측면에서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번 매뉴얼은 하청노조가 원청노조와의 분리 절차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교섭 접근성을 개선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하청노조 내부 창구단일화 구조가 유지돼 모든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여전하다"라고 지적햇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매뉴얼 제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실효성 확보라는 개정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추가적인 제도 보완과 행정적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뉴얼은 원청 사용자 책임 확대와 교섭 질서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하청 교섭을 분리 운영하면서도 하청노조 간 단일화 절차를 유지하고, 제재는 절차 이행을 전제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다만 교섭 의제 범위, 사용자성 판단 기준, 공고 의무 범위 등 세부 쟁점을 둘러싼 해석 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내달 10일 시행 이후 실제 교섭 사례가 축적되면서 매뉴얼의 실효성과 한계가 드러날 전망이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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