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스테이블코인은 환율 변동성이 크거나 외환 규제가 엄격한 신흥국에서 ‘디지털 달러’처럼 쓰이며 실사용 기반을 넓히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실시간 자금 이동이 가능해진 결과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튀르키예(터키), 러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의 거래 비중이 선진국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민간이 주도하는 디지털 유동성은 국제 자본 흐름의 중심축과 경로를 바꾸며 다층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특정 금융허브나 대형 은행에 집중된 기존 체계와 달리, 다양한 국가가 직접 연결되는 분산형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기존 외환·자본거래 관리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당국은 은행망을 통해 집계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본 흐름을 파악해왔다. 그러나 블록체인 상에서 이뤄지는 온체인 거래는 전통적 보고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자산 흐름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감독·모니터링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 부문도 새로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토큰화 예금, 민간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통합 결제·정산 레이어로 묶는 ‘프로젝트 아고라’를 추진 중이다. 이 구상은 기존의 분리된 국제 결제 절차를 디지털 환경에서 자동화·통합해 결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정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다.
보고서는 향후 국제 결제 질서가 민간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중앙은행 기반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병존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결제 경로가 선택되는 다층적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 국경간 거래가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외환·자본 규율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디지털 자산의 규제 여부를 논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유동성이 작동하는 국제 금융 환경 속에서 원화와 국내 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경간 토큰화 결제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이 아시아 지역 결제·유동성 연결망에서 중요 중개자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