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로 올라선 코스피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국제 유가와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됐고,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커졌다. 증시 흐름을 가를 변수는 '유가'가 될 것을 보인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는 '유가'의 방향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과거 주요 전쟁 사례에서도 증시는 교전 자체보다 에너지 충격 발생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12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당시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석유 인프라는 직접 타격을 받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도 봉쇄되지 않았다. 전쟁은 있었지만 '에너지 충격'은 없었던 경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를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0%에서 5.25%까지 끌어올렸고 나스닥은 2022년에만 33% 하락했다.
증권가는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목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 급등은 물론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주의할 변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지 여부"라며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원유와 금융시장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호르무즈 봉쇄시 국제유가는 13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제한적 교전에 그친다면 유가는 70~80달러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재 WTI는 67달러대, 브렌트유는 72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만약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대로 진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논의가 불거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성장주 중심의 기술주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까지 미국 물가상승률이 내림세를 이어간 배경 중 하나로 유가 하락이 주요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유가가 배럴당 66달러 수준에서 추가 하락하지 않으면, 유가의 미국 물가상승률 기여도가 2분기부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업종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 기대가 커질 경우 정유·에너지 업종은 실적 개선 기대가 부각될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방산주 역시 단기 수혜주로 거론된다. 조선업종도 방산과 특수선 수요 기대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해상 물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항공·해운·화학 등 유가 비용 민감 업종은 원가 부담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종은 환율 상승으로 실적 측면에서는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최근 높은 밸류에이션(가치)을 부여받고 있어 가격 조정이 생길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13차례 주요 전쟁 사례를 보면 전쟁 첫날 전량 매도가 정답이었던 경우는 13번 중 2번에 불과했고, 11번은 보유가 더 유리했다"면서 "첫날 주가 하락에 전량 매도하기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현금 비중 조절이 합리적 선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