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안은 美·베네수엘라…우회 송유 가능성도

경제

뉴스1,

2026년 3월 04일, 오전 07:30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분쟁이 산유국이 밀집한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해상 교통이 마비될 경우 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하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입국들이 중동 원유를 대체할 대안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당국은 향후 5~7년분 물량을 확보해 당장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우선 이란과 거리가 먼 산유국과의 거래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부 "원유 선물가 시장파급도 적다" 분석에도…시장 불안 여전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약 60~70%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에 집중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차단될 경우 물류 지연과 운임 상승은 불가피하다.

다만 산업부와 정유사는 통상 장기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실물 부족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를,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중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중동 비중은 60% 안팎인데, 예전만큼 편중돼 있지는 않다"며 "원유 선물 가격 상승에도 장기 계약 비중이 커 당장의 시장 파급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필요할 경우에 따라 다른 곳에서 물량을 사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3일 "‘제3차 실물경제 점검 회의'를 열고 자원·에너지 수급과 무역·금융·업종별 영향을 종합 점검했다. 대응 체계도 기존 국장급에서 차관급 본부로 격상했다. 사태가 장기화해 민간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국가 비축유를 즉시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중동과 거리 먼 미국산·베네수엘라산 혼합 가능성…제3국 물량은 수율·운송비 '관건'
대체 조달처로는 우선 미국이 거론된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순수출 구조로 전환했으며 멕시코만 항로를 통해 태평양·대서양을 경유,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아시아로 수출이 가능하다. 사례도 있다. 앞서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정부 비축유 구성 조정 과정에서 중동산 중질유 600만 배럴을 미국산 경질유로 교체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산 경질유와 베네수엘라산 중질·초중질유를 혼합하면 일부 정유 설비에서 정제 적합도를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북해산 원유를 생산하는 노르웨이도 일부 정유 설비에 적합한 대체유로 거론된다. 다만 유종 특성 차이로 정제 수율이 달라질 수 있어 전면 대체에는 기술적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까지의 운송 비용 등도 변수다.

중동 내부에서도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 UAE의 아부다비-푸자이라 송유관처럼 해협을 우회하는 인프라가 가동될 경우 일부 물량은 유지될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상황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모여 있다.(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이 방책은 물량이 문제다. 각국이 에너지 안보 등을 이유로 수출을 틀어쥘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기관 '스페셜유라시아'(SpecialEurasia)는 사우디와 UAE의 송유 규모가 각각 일 700만 배럴, 150만 배럴로 현재 2000만 배럴의 물동량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공급이 중단되지 않은 경우 가격 변동성이 1차 충격이었다. 2019년 사우디 아브카이크 시설 피격 당시 국제유가는 하루 10% 넘게 급등했고, 수 주 뒤에나 안정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는 국제에너지기구가 회원국 공동으로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상승폭을 완화한 바 있다.

정부 역시 국내 전략비축유와 IEA 공조 체계를 병행하는 대응 매뉴얼을 가동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일 이호현 2차관이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화상 통화를 갖고 중동 정세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수 주 이상 장기 변동상황 땐 유가 급등 가능성 상존
결국 현재의 변수는 봉쇄의 '지속 기간'과 '실제 차단 강도'다. 단기 위협 수준에 그칠 경우 도입선 다변화와 비축유로 완충이 가능하지만, 수 주 이상 실질 차단이 이어질 경우 운임·보험료 상승과 함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재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시 장기화될 수 있다"며 "미국 등에서 들여오는 대체 원유 비중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는 비상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태가 조기 진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치명적이지만 희망봉 대체 항로 등이 있어 과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운송 차질은 줄일 수 있다"며 "당장 유가 변동성이 커지겠으나 불확실성은 최대 3개월 내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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