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적자전환’ LG생건, 글로벌 잠재력도 ‘훼손’…영업권 손상만 1500억 육박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04일, 오후 06:55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LG생활건강(051900)이 해외 사업 부문의 성장 기대를 낮추면서 관련 영업권을 대폭 손상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둔화한 상황에서 해외 사업의 현금창출 능력까지 의심받으며 과거에 지불했던 해외 사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의 해외 사업 수익 창출 잠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LG생활건강)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보유한 ‘영업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299억원으로 전년 8777억원 대비 16.8% 감소했다.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1478억원으로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전체 무형자산에서 인식한 손상차손 1798억원 중 82.2%에 해당한다 즉 무형자산 가치 하락의 대부분이 영업권 감소에서 비롯된 셈이다.

영업권은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장부가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고 사면서 생기는 무형자산으로, 쉽게 말해 브랜드 가치나 향후 수익 기대치 같은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영업권은 보통 독립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최소 단위인 '현금창출단위(CGU)'와 사업별로 나눠 관리된다.

LG생활건강의 영업권 손상은 해외법인에 집중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북미 화장품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낙점했던 더크렘샵(The Creme Shop)의 영업권 가치가 1년 새 741억원이나 증발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더크렘샵의 장부가치는 기존 961억원에서 212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1485억원을 투입해 더크렘샵 지분 65%를 인수한 바 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인수한 법인들에서도 대규모 손실 처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에버라이프(Everlife)와 에프엠지앤지미션(FMG&MISSION)의 장부가치는 각각 1575억원, 52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9억원(21.1%), 178억원(25.4%) 줄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법인(LG H&H Singapore)에서 78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등 해외 주요 거점 전반에서 자산 가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이 같은 대규모 감액 처리는 인수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와 수익 창출 잠재력이 현지 시장의 업황 악화나 경쟁 심화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시사한다. 즉 과거 지불했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실제 해외사업의 대규모 손상차손은 LG생활건강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상차손은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이지만 회계상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LG생활건강은 손상차손이 비용으로 반영돼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8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870억원에서 1707억원으로 62.8% 급감한 상황에서 영업권을 포함한 무형자산 손상차손 규모가 영업이익 수준에 육박하면서 수익성을 완전히 잠식한 결과다.

여기에 대부분의 손상이 해외사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련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해외사업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효율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는 내실 다지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지표를 유지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 3대 핵심 사업부를 비롯해 태극제약 등 국내 현금창출단위(CGU)의 경우, 장부가치가 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별도의 손상 인식이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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