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 웨딩거리의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에 웨딩 드레스가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결혼·출산 감소가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역시 4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지난해 정부가 피해 예방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피해구제 사건 처리 금액도 매년 증가 추세다. 2021년 950만원이던 처리 금액은 2022년 1740만원, 2023년 4440만원, 2024년 7590만원으로 매년 약 2배씩 늘어났다. 2025년 처리 금액은 전년 대비 31.7% 줄어든 5180만원 수준이지만 사업자와 소비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조정’으로 넘어간 건이 많은 탓에 피해구제 금액으로 산정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게 한국소비자원 측 설명이다.
실제로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관련 조정 신청 건수는 2021년 21건, 2022년 12건, 2023년 45건, 2024년 57건에서 2025년 130건으로 최근 급증하는 모습이다.
통상 소비자는 대행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피해를 겪으면 이씨처럼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게 된다. 이후 사업자와 소비자 간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져 부당행위 시정·환급·계약 이행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해당 금액은 ‘처리금액’으로 산정된다. 하지만 일정 기간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기본법 제58조에 따라 조정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씨의 경우도 합의가 되지 않아 조정 신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관련 표준계약서를 마련했지만 권고 사항에 그쳤다. 지난해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사업자가 기본서비스와 선택품목의 항목별 세부 내용, 요금,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및 환급기준 등을 공개하게 했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1월 결혼한 20대 여성 김모(26) 씨는 “플래너를 끼지 않고 직접 문의하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부른다. 일단 가격을 정가라고 알려준 후 와서 상담하면 할인해 준다는 식”이라며 “전화로 했을 때는 식대가 8만5000원이라고 안내 받았는데 플래너를 끼고 직접 가서 상담을 받아 5만7000원에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딩플래너를 끼지 않고 직접 접촉하기는 너무 힘들다. 사실상 플래너 없이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가 공개하는 서비스 금액은 사실상 보여주기식이며 이걸 규제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예비부부 입장에서는 일일이 해당 업자들을 만나 상의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결혼준비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도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약 40만명에 달하는 예비부부 가운데 절반가량이 결혼준비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피해 사례를 참고해 관련 규제의 현실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안을 마련했는데도 피해가 늘어난다는 것은 현재 제도가 시장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라며 “피해 내용이나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가 마련한 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희 의원은 “결혼준비대행서비스 업체의 불공정 거래 구조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결혼식 관련 서비스·제품을 공급하는 소상공인이 동시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결혼 준비라는 특수성을 악용한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와 납품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