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물가 불안에 '최고가격제' 카드…수출물류 지원·세제혜택 총동원

경제

뉴스1,

2026년 3월 06일, 오전 06:00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정부가 중동 상황을 틈타 기름값을 기습 인상하거나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시장 교란 행위를 '민생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기도 전에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전국 주유소에 대한 고강도 현장 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석유 최고가격제 지정' 검토라는 강력한 시장 개입 카드까지 꺼내 들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번 조치는 물가 관리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과 수출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충격을 차단하기 위한 종합 대응 성격을 띤다. 정부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10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체계를 가동할 준비를 하는 동시에, 물류비 지원과 법인세 납부 연장 등 피해 기업을 위한 범정부 지원 패키지를 시행해 중동발(發) 경제 충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유가 반영 전인데 휘발유 140원 급등…정부 "시장 교란 무관용 대응"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유류 가격의 '최고가격제'(정부가 판매 가격 상한을 정하는 제도) 지정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일부 주유소 등에서 석유류 가격을 대폭 인상하자 마련됐다. 국제유가는 2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현재 단계에서는 국내 유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시점이 아님에도, 일부 주유소들이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L)당 1889원으로 전주(2월 28일 1750원)보다 7.9% 급등했다. 전국 평균가는 1834원으로 전주(1693원) 대비 8.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겪는 국가적인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는 공동체의 일반 원리에 어긋난다"며 "돈을 벌겠다고 혼란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최고가격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최고가격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물가안정법)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에 근거한 강력한 시장 개입 수단이다. 물가안정법 2조는 정부가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특정 물품의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얻은 부당이득은 전액 환수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가격 통제에 따른 일부 부작용을 우려해 전국을 대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일부 지역이나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선별적(핀셋)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최고가격제는 연탄과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등에만 활용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지방사무소를 총동원해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휘발유, 경유 외에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민생품목에 대해서도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격 담합, 눈속임 판매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재경부, 산업통상부, 공정위, 국세청, 지방정부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반을 운영하고 석유관리원, 경찰청 등과 협력해 월 2000회 이상 특별 기획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매점매석이나 가격 담합 등 위기 상황을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가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석유류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민생을 좀먹는 몰염치한 행위"라며 "시장은 자율이지만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매점매석이나 담합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인 만큼 석유류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 등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행정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36.포인트(9.36%) 오른 5583.90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4.10%(137.97P) 상승한 1116.41을 기록했다. 2026.3.5 © 뉴스1 황기선 기자

정부 "금융·외환시장 영향 일시적…안정 장치 100조+α 규모로 준비"
정부는 중동 사태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정부는 현재 금융시장 변동성을 중동 사태에 따른 단기적 영향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기존 시장안정 장치를 포함해 최대 10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할 방침이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대비해 정부와 관계기관 간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투자심리 위축이나 자금 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최근 주식시장 하락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외부적 충격이 원인"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차분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 뉴스1 윤일지 기자

중동 사태 피해 기업 지원…물류·보증·세정 패키지 가동
중동 사태로 피해가 예상되는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도 병행된다.

산업부는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수출 차질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동 지역으로 수출된 화물이 반송될 경우 물류 비용을 지원하고 전쟁 위험 운임과 할증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무역보험 보증을 확대해 수출기업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피해 상황을 상시 점검할 예정이다.

국세청도 중동 사태로 수출 차질, 물류비 상승, 대금 결제 지연 등을 겪는 중소 및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세정 지원을 실시한다.

법인세 납부기한을 오는 6월 30일까지 3개월 연장하고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납세 담보 제공을 최대한 면제하기로 했다. 세무조사도 유예해 기업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 환율 변동 등이 국내 물가와 기업 비용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물가 관리와 금융시장 안정, 기업 지원을 병행하는 종합 대응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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