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로봇, 산업현장서 입증해 美·中 양분 시장 틈새 노려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06일, 오전 06:36

[오세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05년 보스턴다이내믹스(BD)가 개발한 4족 로봇 ‘빅독(BigDog)’은 현대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2015년 전후, 중국의 젊은 연구자 왕싱싱(Wang Xingxing)은 4족 로봇을 개발하며 로봇연구자들 사이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널리 알려지기 전,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무척 어려워했으나 그의 로봇만큼은 놀랄 만큼 ‘빅독’과 유사한 동작 안정성을 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모델 변천사(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그의 기술력은 곧 ‘유니트리 로보틱스’라는 회사로 구체화됐다. BD 로봇이 수십만 달러에 판매되던 시기, 유니트리는 1만 달러 수준의 4족 로봇을 출시하며 전 세계 대학 연구실에 저변을 확대했다. 빠른 상품화와 저가 전략, 그리고 개방형 플랫폼 제공이라는 이 접근법은 이후 중국 로봇산업의 특징이 됐다.

지난 1월 ‘CES 2026’을 통해 BD의 ‘아틀라스’와 유니트리의 ‘G1’ 등이 공개된 이후 ‘휴머노이드 천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데모가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매주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 영상이 공개되고, ICRA나 IROS 같은 국제 로봇 학회에는 수십 종의 휴머노이드가 전시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며 로봇이 일상생활로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

작년 4월 기준 전 세계에는 300개 이상의 휴머노이드 본체 제조 기업이 있으며, 그 중 200개 이상이 중국 기업이다. 2023년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중국이 51% 점유율 차지했다. 그리고 AI 기술, 소프트웨어 플랫폼 파워를 가진 미국이 나머지를 양분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처럼 오픈AI나 구글 딥마인드 같은 AI 기술력이 없고, 중국처럼 200여개 기업의 규모나 국가 주도 데이터 인프라도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

한국은 이 양강 구도 사이에서 독자적 길을 찾아야 한다. 산업용 로봇 경험, 실제 수요처의 존재라는 기존 강점을 활용하되, 명확한 시장 정의와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된 품질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데모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로봇, 산업 현장에서 인정받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오세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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