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기름값 상한제' 부활하나…정부 "주말 유가 모니터링 후 결단"

경제

뉴스1,

2026년 3월 06일, 오후 05:17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6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중동 상황에 편승해 국내 기름값을 잇따라 올린 정유업계와 일부 주유소를 겨냥해 이른바 '기름값 상한제'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말 시장 가격 상황을 지켜본 뒤 이르면 다음 주 초 제도 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름값 상한제로 불리는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 결정·고시 제도는 과거 1996년까지 유지됐지만, 이후 석유 제품 가격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30여 년 만에 다시 부상한 기름값 상한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석유 수급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인 만큼 정책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주말 상황 지켜본 뒤 이르면 내주 초 결정"
정부 한 고위 당국자는 6일 기름값 상한제에 대해 "주말 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가격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주 초라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5일 국내 기름값 상황을 지적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른바 기름값 상한제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대응에 속도를 높이는 것은 대통령의 지적 이후에도 국내 유류 가격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925.47원으로 전날보다 36.40원 상승했다. 서울 경유 평균 가격은 1945.62원으로 전날 대비 50.41원 올랐다.

전국 평균 가격 역시 휘발유 1863.66원, 경유 1878.18원으로 전날보다 각각 31.79원, 47.93원씩 더 올랐다. 두 유종은 전날 3년여 만에 18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1800원대 중반을 넘어 1900원대를 향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공습 직후인 이달 초부터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약 2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지만, 일부 주유소가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유업계를 겨냥해 "담합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된다"고 재차 경고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앞서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최고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가격을 점검해 지나치게 높은 곳은 고시를 통해 최고가격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중동 리스크와 수급 불안정성에 따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는 등국내 기름값이 엿새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 합동반은 이날부터 주유소를 직접 방문해 가격 동향과 판매 상황을 점검하는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2026.3.6 © 뉴스1 김진환 기자

기름값 상한제, 석유제품 가격 자유화한 1997년 이후 발동 '無'
'기름값 상한제'의 근거가 되는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 결정·고시는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 당시부터 마련된 제도다. 정부가 필요할 경우 석유 제품의 판매 가격 상한선을 정해 고시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적용 사례는 지난 1994년으로, 당시 정부는 2월 15일부터 3월 14일까지 한 달간 최고액 결정·고시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L당 도매가격은 무연 휘발유 171원 79전, 경유 128원 73전으로 정해졌고, 소비자가격 상한은 휘발유 608원, 경유 216원으로 결정·적용됐다. 이 같은 가격 통제 조치는 1996년 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1997년부터 석유제품 가격이 자유화하면서 제도는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가격이 국제 유가에 연동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정유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게 된 것이다.

또 이후 2005년 기존 석유사업법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 결정·고시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로 남게 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5 © 뉴스1 임세영 기자

"정부정책 권한" vs "과도한 시장개입"
기름값 상한제 부활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석유 수급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인 만큼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장 기능을 훼손할 수 있는 과도한 개입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에도 진돗개 발령 단계가 있듯이, 공공재인 석유의 수급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매뉴얼도 존재한다"며 "현재처럼 최고가격 상한제를 검토할 수 있고,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에는 배급제까지도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론 '수급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법적 해석이 엇갈릴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정부의 정책적 판단 영역인 만큼 (기름값 상한제) 발동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괄 적용' 대신 '선별적(핀셋)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선별 적용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 사서 비싼 지역으로 유통하는 등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정부 정책 방향을 지켜보며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가시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 정부의 결정을 지켜본 뒤 정책 방향에 맞춰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국제유가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업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관련 법에는 판매업자가 입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근거도 마련돼 있다"며 "정부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름값 상한제의 근거가 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 3항에는 정부는 필요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 지정으로 인해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현장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오르는데, 정유사 공급가격은 묶어버리면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가 급등기에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의 정책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시장 왜곡이나 공급 차질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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