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폐쇄로 금융 접근성 제한…“은행대리업 활성화 필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07일, 오전 06:01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디지털 전환(DX),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점포가 최근 5년간 676개 감소한 가운데 은행대리업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점포 폐쇄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점포 폐쇄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대리업 관련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
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소비자의 지리적 금융접근성 유지를 위한 해외 정책 대응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와 일본 등은 은행 지점 폐쇄 절차 강화만으로 한계를 보이자, 은행대리업, 우체국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대체 채널을 활용해 금융 접근성 유지에 나서고 있다.

호주의 경우 은행 점포 감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금수취기관 점포 수는 2017년 6월 약 5700개에서 2025년 6월 약 3200개로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농촌·오지 지역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되면서 현금서비스 이용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중앙은행 연구에 따르면 오지 거주 인구의 95%가 가까운 은행 지점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2017년 대비 약 31km 증가했다.

이에 호주 정부와 금융권은 지점 폐쇄 속도를 늦추고 대체 금융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24년 호주 상원은 지역사회와의 협의 강화와 영향평가 보고서 제출 등을 권고했으며, 2025년에는 4대 은행(NAB·커먼웰스·웨스트팩·ANZ)이 2027년 중반까지 지점 폐쇄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우체국 금융서비스인 ‘Bank@Post’를 통해 농촌 및 오지 지역에서 현금 입출금 등 기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디지털 금융 확산과 인구 감소 영향으로 은행 점포 축소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방은행 점포망과 은행대리업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고 있다. 일본 은행의 전체 점포 수는 2015년 약 1만 2000개에서 지난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은행 점포로 지역 금융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은행대리업 제도가 지역 금융서비스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은행 대리점은 약 2700개 수준으로 시중은행 점포 수와 유사한 규모다. 상당수 대리점이 우체국 등 비도시 지역에 위치해 지방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유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점포 폐쇄 절차 강화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금융접근성 개선을 위한 은행 점포폐쇄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점포 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와 정보공개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반경 1㎞ 내 다른 점포가 존재할 경우 폐쇄 절차 예외가 적용됐지만, 해당 규정을 삭제하고 지역 의견 수렴 절차도 확대했다.

비슷한 정책을 운영 중인 해외 주요국도 점포 감소 흐름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금융서비스 제공이 제한되는 ‘레드라이닝(redlining)’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77년 ‘지역사회재투자법(CRA)’을 도입해 은행이 중·저소득 지역의 금융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지를 감독당국이 평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은행 지점 수는 2012년 8만 2965개에서 2024년 6만 8632개로 감소하는 등 디지털 금융 확산과 함께 점포 축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은행 지점 운영에 대한 평가와 등급 부여, 지점 폐쇄 절차 강화, 정보공개 확대, 지점 축소 일시 중단, 대체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은행 점포폐쇄 대응방안이 금융 접근성 유지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은행업 위탁 범위와 관련된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 운영만으로는 은행대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 접근성 유지를 위해 관련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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