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에 물류 리스크까지…반등 노리던 면세점 ‘긴장’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08일, 오후 01:18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올해 들어 완만한 회복 흐름을 타던 면세업계가 중동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지정학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황 반등의 기대가 커지던 시점에 악재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의 한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환율 1500원·물류 불안…‘이중 부담’ 우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내부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환율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내국인 고객에게 차액을 보상하는 환율보상제 확대 등이 거론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1400원 기준으로 환율보상을 시행 중인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기준과 범위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며 “물류 차질 여부도 브랜드사와 협의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구조여서 환율이 오르면 내국인 체감 가격이 높아지고 상품 매입 비용도 늘어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처음으로 1500원선을 넘었다. 최근 1470원대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재차 1500원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물류 쪽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 여파로 해운업계에서는 전쟁 위험 프리미엄(AWRP) 부과와 주요 선사들의 항로 회피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고, 항공업계는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가 겹치며 비용 압박이 커지는 양상이다. 면세업계가 취급하는 명품·주류·화장품 등 해외 직수입 상품의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동 사태와 고환율 장기화가 맞물리며 업계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원화 약세로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쇼핑 부담이 낮아지는 가운데 백화점 등 일반 유통 채널로의 소비 분산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면세점 간 경쟁에 더해 일반 유통 채널까지 외국인 수요를 놓고 다퉈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반등 기대하던 면세업계…중동 리스크 변수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들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DF1 구역,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2 구역 사업자로 각각 선정돼 이달과 다음달 중 순차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만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항 임대료 부담을 안고 출발하는 두 업체에 고환율과 물류 리스크까지 겹치며 출발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현 단계에서 여파를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임대료를 이전 사업자보다 낮은 조건으로 확보한 만큼 흑자 운영 여건은 갖춰졌고, 주요 고객층이 중국·동남아 관광객 중심인 만큼 중동 노선 결항의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중동 사태가 미중 갈등 등 예기치 못한 국제적 변수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업계 안팎에서 리스크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태는 반등을 기대하던 업계에 불거진 변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 7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1% 증가했고, 구매인원도 257만명으로 12.4%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12조 5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하며 침체 국면을 이어가던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타고 올 들어 처음으로 반등 흐름을 보이던 상황이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중동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면세점에서 명품 등 고가 상품 소비 비중이 큰 ‘큰손’ 고객”이라며 “전쟁 상황이 길어지면 이런 소비층이 위축되면서 면세점 매출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동남아 관광객 유입이 이어지더라도 고가 소비층이 줄면 면세점 매출 구조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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