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지연·중단, 최악 시나리오"…수출 中企, 환율·유가 폭탄 '위협'

경제

뉴스1,

2026년 3월 09일, 오후 01:55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3.9 © 뉴스1 이재명 기자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해상 운송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사태 장기화 예상과 여파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9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15.69달러(17.26%) 폭등한 배럴당 106.59달러(오전 8시 50분 기준)를 기록했다.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환율 역시 강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92.0원으로 출발해 1500원 선 등락이 예상된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마다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유가 상승은 수출 중소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 부담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비용 증가에 더해 해상 운송 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류비 상승 압박도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중소기업들은 이른바 '삼중 압박'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수 침체에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 지역으로 원단을 수출하는 섬유업체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원단 수출기업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선박 운항이 취소되며 선적 확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섬유·패션업계에서 중동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운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확산될 경우 업계 전반에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에서 수출업에 종사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로 물류 차질까지 발생할 경우 납기 대응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제8회 임시 국무회의에서 "수출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유사 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피해와 애로를 점검하기 위해 범부처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피해·애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와 온라인 누리집을 통해 피해·애로 사항을 접수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기업에는 전담관을 매칭해 1대1 밀착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산업은행 8조 원, 기업은행 2조3000억 원, 신용보증기금 3조 원, 수출입은행 7조 원 등 총 20조3000억 원 규모의 수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세정 지원도 추진한다. 피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해운·항공 및 정유·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직권 보류하는 등 부담 완화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중소기업 영향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6 © 뉴스1 황기선 기자

정부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수출입 물류 비상 대응반'을 구성하고 물류 지원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3000만 원 수준인 수출바우처 물류비 지원 한도를 6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중동 피해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의 대응 방안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는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경기와 민생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도 적시에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동 정세가 얼마나 장기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관련 회의에서 "현재 상황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수출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물류 문제가 가장 큰 부담인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납기 지연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주문 중단이나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넘어 주변 국가로 확산될 경우 중동 지역 전반의 수출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이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며 "상황이 길어질 경우 유동성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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