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항공권 美 45만원·日 7만원↑…항공사 실적 '빨간불'

경제

뉴스1,

2026년 3월 09일, 오후 02:01

중동 상황 악화와 환율 급등으로 항공, 여행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계류돼 있는 모습. 2026.3.5 © 뉴스1 오대일 기자

미국·이란 전쟁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내달 국제 항공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왕복 기준으로 장거리 노선인 인천~뉴욕의 경우 이달 대비 45만 원, 단거리 노선인 김포~도쿄는 7만 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과 좌석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항공사들이 이달 들어 고유가까지 '3중고'에 직면하면서 올해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싱가포르 항공유 사상 최고가 기록…재고량 적어 타유종보다 오름폭 커
9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싱가포르 항공유 현물 가격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 이후 지난 4일 170%가량 급등한 배럴당 221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했다. 지난 6일에는 159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하향 조정됐으나 여전히 전쟁 이전 대비 9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 항공유는 다른 국제 유가 대비 상승 폭이 더욱 가파른 편이다. 지난 6일 두바이유 선물 가격은 99달러로 전쟁 이전 대비 4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원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각각 34%, 27% 상승한 수준이었다. 항공유는 특수 탱크에 저장해야 해 다른 유종 대비 재고량이 적어 공급 상황에 따른 가격 등락이 큰 편이다.

현재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군 기지가 소재한 인근 걸프국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며 중동산 원유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 원유 생산과 운송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은 항공유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가로막힌 중동산 원유의 상당 부분이 항공유와 디젤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중질·산성 원유'(medium-sour crude)이기 때문이다.


내달 유류 할증료 러우전 직후 수준 인상…"항공권 이달 발권해야 저렴"
항공유가 급등함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의 내달 항공권 가격도 큰 폭의 인상이 확실시된다. 운임, 공항 이용료와 함께 항공권 가격에 포함되는 유류 할증료가 항공유 시세에 연동되는 구조여서다. 유류 할증료는 매달 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그 다음달분이 책정된다. 이달 항공료는 배럴당 평균 85달러였던 지난 1월 16일~2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를 기준으로 계산됐다.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이달 유류 할증료는 △김포~하네다(도쿄)·베이징 등 동북아 노선이 2만 1000원 △인천~방콕·싱가포르·호찌민 등 동남아 노선이 3만 9000원 △인천~런던·파리·로스앤젤레스(LA) 등 유럽·미국 서부 노선이 7만 9500원 △인천~뉴욕·워싱턴 등 미국 동부 노선이 9만 9000원에 형성됐다.

이달 들어 싱가포르 항공유는 평균 15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가가 상승한 2022년 6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해 7월 대한항공의 유류 할증료는 △동북아 5만 9800원 △동남아 14만 1700원 △유럽·미국 서부 29만 1200원 △미국 동부 32만 5000원에 달했다. 내달 유류 할증료가 이때 수준으로 오른다면, 이달 대비 왕복 기준 일본은 7만 원, 미국 뉴욕은 45만 원 이상 유류 할증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최근 유가 안정으로 유류 할증료가 저렴했던 만큼 소비자들의 체감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국제 항공 여객편의 경우 유류 할증료를 총 3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달 유류 할증료는 6단계로 낮은 편이며, 2022년 7월은 22단계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일수록 유류 할증료 인상 폭이 크다"며 "유류 할증료는 발권일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만큼 장거리 여행을 계획한 고객이라면 이달 발권을 서두르는 게 저렴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대한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인천~두바이 항공편 운항 중단을 연장한다. 2026.3.8 © 뉴스1 안은나 기자

고환율·공급과잉에 고유가까지 '3중고'…항공사 실적 회복, 올해도 요원
항공사들은 예상치 못한 고유가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환율 고착에 좌석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상장 항공사 6곳 중 대한항공을 제외한 5곳이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복수의 상장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여객 운항에 차질을 빚었던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가뜩이나 대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동발(發) 고유가까지 악재가 3중고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유류 할증료 상승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은 여객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추가 악재까지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올해 실적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비가 항공사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가장 많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 배럴로 유가 1달러 변동 시 약 3050만 달러(약 450억 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고유가는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을 고려해 헤지를 시행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 추이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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