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원유 확보' 비상…호르무즈 봉쇄 버틸 시간 '한달+α'

경제

뉴스1,

2026년 3월 09일, 오후 03:34

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충격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자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1893.3원, 경유는 1915.37원을 기록했다. 전날 대비 휘발유는 3.9원, 경유는 4.82원 상승한 수치다. 2026.3.8 © 뉴스1 박지혜 기자


정유 업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비중이 70%에 달하는 등 중동 의존도가 높아서다.

특히 OPEC 회원국들이 수출길이 막히면서 보관할 장소가 없어 일제히 감산에 돌입했다. '석유 대란'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현재 정유사들은 제품 생산을 위해 4~5주 정도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정부 역시 약 1억 배럴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입이 끊기더라도 최소 '한 달 이상'은 버틸 수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봉쇄로 셧다운 공포 확산…대체 공급처 확보에도 불안감 여전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도미노가 현실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에 돌입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이란의 위협으로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을 통과할 수 없어 석유 생산과 정제를 줄였다"고 밝혔다.

앞서 이라크도 원유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일일 150만 배럴 감산을 단행했다.

이에 정부는 대체 공급처를 확보할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국가로부터 석유류를 공급받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 총 600만 배럴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의 3일 치 석유 사용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국내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바닷길을 통해 직접 UAE 인근 대체 항만에서 400만 배럴을 받아올 예정이다. 나머지 200만 배럴은 UAE가 국내에 비축하고 있던 물량이다.

대체 공급처 확보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현재 정부는 석유와 원유 제품 총 208일분을 비축해 놓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정부는 7개월 치 분량을 비축해 놓고 있어 단기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발생할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때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 공급 방안을 찾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동상황대응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유업계, 유관기관과 함께 국내 석유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26.3.9 © 뉴스1 황기선 기자


정유 업계, 4~5주 사용분 원료 재고 확보…비축유 사용 권한은?

비축유는 정부와 민간이 나눠서 축적하고 있다. 국내 비축유 중 한국석유공사가 7648만 배럴, 민간 정유사가 7383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3개월 내 추가 확보가 가능한 3500만 배럴을 더하면 208일치 사용분이 비축돼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비축유는 전쟁 등으로 석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민간에 방출할 목적으로 저장하는 석유 재고다.

비축일수는 IEA 기준인 순수입량 기준으로 산정된다. 1일 순수입량은 석유비축량을 납사의 소비량 및 순수입량을 제외한 전년도 1일 석유순수입량으로 나눈 값이다. 이에 총 비축분인 약 2억 배럴에서 한국 하루 사용량 200만 배럴을 나눈 단순 계산값과는 차이가 있다.

정유사들이 보유 중인 재고분도 1달가량 여력이 있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정상 풀가동 기준 4~5주 정도의 원료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이는 사용을 위해 미리 확보해 둔 원료 재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별로 원유를 공급받는 루트가 달라 원료 재고 소진 시점은 다를 수 있다. 중동산 원유 비중에 따라서도 재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비축유 사용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갖고 있다. 실무 운영은 한국석유공사가 맡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방출 여부를 결정한다. 필요시 국무회의 보고 후 대통령 승인 하에 결정되기도 한다.

정부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1991년 걸프전과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전략비축유가 시장에 공급됐다.

2022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일본, 중국과 함께 비축유를 공동 방출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에도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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