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대한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인천~두바이 항공편 운항 중단을 연장한다. 2026.3.8 © 뉴스1 안은나 기자
중동 지역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우리 정부가 중동 7개국에 대해 '철수 권고'를 발령했다. '봄철 대목'을 앞두고 터진 이번 사태로 여행업계는 수익 상품의 '판매 전면 중단'과 '경유 노선 마비'에 한숨이 커지고 있다.
"팔 상품이 없다"… 중동행 판매 중단에 경유 노선까지 '마비'
1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039130)와 모두투어(080160)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3월 말까지 출발하는 중동행 상품의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특히 중동은 여름 혹서기 전인 지금이 가장 장사가 잘되는 시기지만, 안보 위기로 인해 사실상 '봄 시즌 영업'을 포기한 상태다.
문제는 중동 직항뿐만 아니라 두바이나 카타르를 거치는 '경유 노선'까지 전방위로 막혔다는 점이다. 가성비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중동 경유 유럽·몰디브·아프리카 상품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운영이 중단되면서 업계의 매출 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현지 지상 수배를 담당하는 야나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정부의 특별주의보로 당분간 모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두바이를 경유해 몰디브로 가려던 신혼여행객들까지 예약을 모두 취소하면서 현장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여행사 '전액 환불' 사투에도…UAE 현지 '보상안 전무'에 독박 결제
여행업계는 고객 안전과 신뢰를 위해 취소 수수료 면제 및 전액 환불 조치에 나서며 책임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업계는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대체 항공편을 총동원해 체류객 수송을 마무리했다. 하나투어는 두바이에 체류 중이던 150여 명 전원을 동남아 경유편 등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게 했으며, 모두투어 역시 타이베이를 경유하는 대체편 등을 확보해 190여 명 전원의 수송 계획을 마쳤다.
노랑풍선(104620)은 여행객들의 신속한 귀국을 위해 지난 7일 직항편(EK322)을 긴급 확보해 70여 명을 입국시켰으며, 교원투어와 놀유니버스 역시 체류객 전원을 안전하게 복귀시켰다. 이들 여행사는 3월 출발 예정인 중동 및 경유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 없는 전액 환불'을 결정하며 책임 경영에 나섰다.
중동상황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영향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이 한때 30% 폭등하는 등 국제 유가가 요동친 9일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UAE 현지 '보상 거부'…16년 만에 최고치 '환율 폭등' 겹악재
여행사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정산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청(DCT)이 투숙객 숙박 연장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지침을 내렸음에도, 현지 호텔들이 에이전시 예약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며 여행사에 결제를 독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나인터내셔널 측은 "관광청 공문이 무색하게 현지 호텔들이 지극히 고압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법인카드로 '독박 결제'를 하며 버티고 있지만 자금 순환이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설상가상으로 치솟는 환율과 유가는 여행업계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원 60전 오른 1493원으로 출발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여행사의 원가 구조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두바이 등 주요 거점 노선이 마비된 상황에서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과 고유가까지 겹쳐 팔수록 손해인 구조가 형성됐다"며 "안보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의 자본 잠식과 연쇄 도산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