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배터리 셀 제조사 숨겼다 과징금 112억…'삼각별 신뢰' 흔들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0일, 오후 03:57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조사관들이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합동감식이 진행된 정비소에는 벤츠 측 관계자들도 찾아와 감식을 참관했다. 2024.8.8 © 뉴스1 민경석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판매 영업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공정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 제조사를 사실과 다르게 안내한 것으로 판단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삼각별' 신뢰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츠 코리아는 이번 징계에 반발하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독일 본사에 과징금 112억3900만 원을 부과하고 양사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2023년 6월 딜러사들이 차량 판매 과정에서 활용하도록 'EQ 세일즈 플레이북'이라는 내부 판매 지침을 제작해 배포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실제 일부 모델에 적용된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 배터리 셀에 대한 언급은 없고,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등 장점만 강조돼 있었다. 소비자 상담 과정에서도 CATL 배터리의 우수성을 강조해 설명하도록 딜러사에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차량 구성은 달랐다. 당시 출시된 EQE 6개 모델 가운데 4개 모델, EQS 7개 모델 중 1개 모델에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돼 있었다.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는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판매 지침에는 해당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불이 붙은 벤츠EQE차량에 탑재됐던 제품이다.

배터리 셀은 전기차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제조사 정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공정위는 벤츠 내부 자료에서 해당 판매 지침의 제작 목적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 안전성 등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는 이후 해당 판매 지침을 딜러사에 배포하고 영업 과정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했으며 공식 교육자료로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딜러사들은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알지 못한 채 CATL 배터리가 적용된 것으로 안내하며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전기차 무상 점검이 시작된 14일 서울의 한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직원이 입고된 전기차를 점검하고 있다. 대상은 벤츠코리아가 판매한 모든 전기차다.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외에 CATL 등 다른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도 무상점검을 받을 수 있다. 2024.8.14 © 뉴스1 박지혜 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광고 논란을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는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강자로 군림하며 '삼각별' 브랜드를 기술력과 신뢰의 상징으로 구축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핵심 부품 정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안전성과 기술 신뢰가 핵심인데 관련 정보를 숨기거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졌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소비자 신뢰가 중요한 만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향후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벤츠 측은 공정위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벤츠 코리아는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 왔다"며 "전원회의 의결 내용을 존중하지만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는 높은 수준의 기업 윤리와 책임을 바탕으로 법규를 준수하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언론과 고객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며 "우리 입장을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계속적으로 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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