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30년 만의 통제…'국제가격+마진' 묶어 2주마다 상한액 발표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0일, 오후 05:13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중동상황 대응 관련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이재명 기자

정부가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가격상한제)'를 도입한다. 국내 기름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시행될 경우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정부가 석유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된다.

시행 방식으로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제 유가에 일정 마진을 더해 공급가격 상한을 정하고, 이를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정해지는 최고가격은 현재 시중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 설정…2주 단위 조정으로 가격 인하 유도
10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현재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관련 고시 제정 작업을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는 산업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석유정제업자, 석유수출입업자, 석유판매업자의 석유 판매가격에 대해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약 30년 만의 첫 사례가 된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를 직접 통제하기보다 정유사 공급가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개별 주유소 가격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주유소는 직영·자영·알뜰 등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와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인 판매가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아시아 시장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MOPS)에 환율 등을 반영해 공급가를 산정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 형성의 출발점인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면 주유소 원가 부담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판매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하려 한다"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현재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중 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 가격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사태 영향으로 기름값이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30년 만에 도입되는 최고가격제는 휘발유와 석유 제품의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정부는 이번 주 중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6.3.10 © 뉴스1 김민지 기자

매점매석 고시로 '공급 절벽' 방지…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시 일부 정유사가 물량을 해외로 돌리거나 시장에 풀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고시'도 함께 준비 중이다.

이 조치는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시장에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최고가격제를 회피하기 위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전환하는 행위를 차단해 석유 수급 안정을 도모하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을 발표하면서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석유정제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달간 유류 반출량을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도하게 물량을 공급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현장 상황을 점검해 기대한 수준의 '유가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 대응할 계획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나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검토 대상이며, 이는 대통령 지시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도 유류세 인하 조치는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수송용 유류에 대해 휘발유 7%,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0%의 인하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57원, 경유는 58원, LPG 부탄은 2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해당 조치는 중동 사태 이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일 때 결정된 것으로, 최근 급등 흐름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도 마련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23조 3항에는 정부가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최저액 지정으로 인해 발생한 정유사·수출입업자·판매업자 손실을 재정 지원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민생 분야에 있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금주 내 시행할 예정"이라며 "매점매석 행위 금지를 위한 고시도 함께 시행해 사재기·담합·판매 기피·불법 유통 등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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