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니켈 공급망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니켈 제련에는 황산이 필수적인데, 황산의 주원료인 황 수출길이 막히면서다. 중동의 황 공급량은 전 세계 절반 수준이다.
니켈 공급망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은 비축한 재고로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니켈 절반 공급' 인니, 황산 75% 중동 수입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황산 가격 상승이 심화할 것이란 예상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황 시세는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톤당 3876.7위안에서 지난 9일 4550.0위안으로 올랐다. 열흘 새에 17.4%가량 상승한 것이다.
황산 원료인 황은 전 세계 물동량의 50% 수준인 연간 2000만 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왔는데 이 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황이 주로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유는 원유나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이란 등 중동 지역 산유국이 주요 수출국이다.
문제는 황산 수급 차질이 니켈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삼원계(NCM·NCA)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재료인 니켈은 일반적인 금속 형태가 아닌 순도를 높인 황산니켈 형태로 투입된다. 광석에서 니켈을 추출할 때도 황산이 대거 쓰인다.
황산 수급 문제가 니켈 공급망 차질 우려로까지 확산하는 배경이다.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황산의 약 4분의 3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황산 공급 차질로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업체가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이 2주 이상 제한된다면 황산 가격이 더 오르면서 금속 생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비용 상승 예상…비용 전가 여부 중요"
니켈을 주로 사용하는 국내 배터리 양극재 업체들은 당장 미칠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객사의 주문량에 맞춰 재고를 미리 확보해 두는 양극재 업체들은 가격이 크게 올라도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인 재고량은 각 사의 전략이나 수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수개월 분은 축적해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산 공급망을 다각화해 둔 점 역시 국내 업계가 '믿는 구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이슈에 민감한 배터리 업계는 수년 전부터 다각화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국내에서도 황산을 공급받고 있어 당장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이 길어져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니켈 공급량도 감소하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긴장감도 감도는 모양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수개월 제한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회수 DB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올해 니켈 생산 계획을 지난해보다 30% 줄이기도 했다"며 "니켈 생산 비용 증가로 배터리 비용 상승이 예상되는데, 시장에서 비용 전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