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용기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1일, 오전 07:00

이재상 성장산업부 차장
리더십은 얼마나 오래 자리를 지켰는지가 아니라 언제 바통을 넘겼는가에서도 평가된다. 조직이 성과를 내고 지지와 박수가 이어질 때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박수칠 때 떠나는 용기'는 리더십의 마지막 시험대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며 중소기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소기업중앙회장과 협동조합 이사장의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중앙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김기문 현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3선에 성공할 경우 누적 재임 기간이 20년에 이르는 최장수 경제단체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계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제23·24대 회장을 지냈고,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제26·27대 회장을 맡고 있다. 회장 재임 기간만 따져도 16년에 가깝다.

그동안 그는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환경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도 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책 협의 채널을 구축했고, 중소기업계의 위상 확대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1월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신년인사회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주요 정치권 인사와 정부 부처 장·차관, 중소기업계 관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위상과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십은 성과만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조직의 안정과 경험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과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뒤따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700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다. 그만큼 중앙회장의 리더십은 특정 개인의 문제를 넘어 중소기업계 전체의 방향과도 연결된다.

물론 경험 있는 리더십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정책 네트워크와 협상력, 조직 운영 경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기 리더십 구조가 굳어질 경우 조직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올 초 중앙회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73명 가운데 97%가 '회장 연임 제한 폐지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임 제한을 없애는 것이 곧바로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직 구성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다시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제도 자체를 바꿔 특정 인물이 계속 자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조직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미래는 결국 다음 세대의 리더십에서 완성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자리를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중소기업계를 이끌 다음 리더십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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