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성장 멈췄다” 자인한 네이버…왓패드 베팅으로 3600억 허공에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11일, 오후 06:0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NAVER(035420)(네이버)가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가 오히려 독이 된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공략을 위해 6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기대했던 수익은커녕 3600억원이 넘는 손상차손만 발생하며 재무 부담만 가중됐다. 특히 엔데믹 이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왓패드의 반등 역시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왓패드 영업권에 대해 3632억원의 손상차손을 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네이버가 한 해 동안 인식한 전체 영업권 손상차손(4120억원)의 88.2%에 달하는 수치다. 사실상 네이버의 대규모 손실 대부분이 왓패드 단일 기업에서 비롯된 셈이다.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에 따라 왓패드의 장부가액은 곤두박질쳤다. 전년도 6330억원에 달했던 왓패드의 장부가액은 1년 만에 2698억원으로 57.4%나 급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지난 2021년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해 쏟아부은 6억 달러(약 6533억원) 중 절반 이상이 장부상에서 그대로 증발한 셈이다.

회계상 영업권 손상차손은 M&A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나 미래 수익 창출력이 현저히 훼손됐을 때 장부가를 깎아내는 조치다. 즉 왓패드 인수 당시 네이버가 미래 가치를 담보로 지불했던 과도한 프리미엄이 실적 부진과 성장성 둔화로 거품이 꺼지면서 재무적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네이버의 야심 찬 베팅이 결국 막대한 자본만 까먹은 ‘무리한 인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네이버 스스로 왓패드의 미래 성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혹평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왓패드의 향후 현금흐름에 위험도를 반영해 현재가치를 산출하는 '할인율'로 12.5%를 적용했다. 이는 북미 C2C 플랫폼 포시마크(11.5%)나 국내 자회사 문피아(12.16%) 등 다른 주요 피투자회사보다 높은 수치다. 통상적으로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경영진이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영구성장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0%를 적용하는 데 그쳐 왓패드의 폭발적인 외형 성장은 사실상 멈춰 섰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뼈아픈 투자 실패를 자인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와 왓패드 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인수 직후 2년에 걸쳐 약 1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23년부터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되며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왓패드는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지난 2024년 초 전체 인력의 15%를 해고하는 감원을 단행해야만 했다.

왓패드의 부진은 네이버와 왓패드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5%나 급감했다. 연간으로 보면 5.8% 줄었다. 왓패드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반영된 4분기 기타손익이 전년보다 138%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둔화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연간 6351만 달러(약 9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는 무려 3억7339만 달러(약 5306억원)에 달했다. 왓패드 등의 실적 부진이 겹치며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글로벌 스토리 콘텐츠 사업의 수익성 입증에 실패할 경우 왓패드가 네이버 실적의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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