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어져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티메프 낙인에 카드사 ‘벽’…결국 간판 바꾸나
1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오아시스는 지난 1월 30일 티몬의 법인명을 ‘주식회사 아고(AGO Inc.)’로 변경 등기했다. 내부적으로 플랫폼명도 ‘아고’로 변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기존 운영진과 운영 주체가 달라진 만큼 새롭게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법인명을 바꿨다”며 “플랫폼명 변경에 대해서도 여러 방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명 변경 배경엔 카드사들의 티몬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카드사는 티몬이라는 이름으로는 결제망 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4년 티메프(티몬·위메프) 1조원대 미정산 사태의 낙인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다. 티몬은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 리오픈을 예고했지만 카드사들의 결제대행(PG) 연동 거부로 매번 연기됐다.
티몬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같은 큐텐 계열이었던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파산했고, 인터파크커머스도 ‘바이즐’로 사명을 바꾸며 재기를 노렸지만 12월 끝내 문을 닫았다. 티메프 사태의 낙인이 깊어질수록 유일하게 살아남은 티몬의 이미지도 함께 가라앉는 형국이다. 현재 티몬 앱은 앱마켓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고, 홈페이지엔 사과문 한 장만 남아 있다.
다만 브랜드 변경이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한 핵심 이유 중 하나가 500만 회원과 15년간 쌓인 플랫폼 인지도였기 때문이다. 간판을 바꾸면 이 자산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부 카드사들의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브랜드 교체만으로 본질적 장벽이 해소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브랜드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도 걸림돌이다. 소비자 인지도를 다시 쌓으려면 광고·마케팅을 새로 펼쳐야 하는데, 매출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지출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셀러(판매자) 재유치를 위한 수수료 지원까지 더하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700억 쏟고도 문 못 열어…딜레마 빠진 오아시스
물론 오아시스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카드사들을 설득해 문을 열어야 한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6월 티몬을 인수했지만 문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재무 부담만 커지고 있다. 인수대금 116억원에 미지급 임금·퇴직금 채권 65억원을 더한 데 이어, 플랫폼 정상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현재까지 투입한 금액만 700억원에 육박한다.
티몬 인수는 단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기업공개(IPO) 전략과도 맞물린 중장기적 선택이었다. 새벽배송 버티컬(전문몰)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종합 이커머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티몬 재오픈이 무기한 표류하면서 IPO 일정도 당분간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본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세계그룹 지마켓은 알리바바와 손잡고 수출 허브를 구축했고 네이버(NAVER(035420))는 컬리와 연합하며 신선식품 배송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면서 오아시스의 새벽배송 영향력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몬은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사실상 ‘마이너스 브랜드’가 됐다”며 “이름을 바꾸는 결정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인지도가 워낙 높은 플랫폼인 만큼 완전히 버릴 경우 새 브랜드를 만드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 오아시스 입장에선 전략적 딜레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