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중동 리스크 "러우전쟁 당시보다 물가·기대인플레 안정적"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2일, 오후 12:03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3.10 © 뉴스1 이광호 기자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현재 물가 여건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는 다소 다르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과 공급 충격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져 있었지만, 현재는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중동 사태 전개와 국제유가 흐름, 주요국 정책 불확실성 등에 따라 향후 물가 상방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있어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은 12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22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둔화해 왔으며, 올해 중 대체로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수요, 공급 및 정책 측면에서 여러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수요 측면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주요국의 성장세, 확장적 재정 기조 등이 글로벌 물가의 수요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IT 경기 회복과 완화적인 통화·재정 정책 등에 힘입어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성장세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처럼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 확장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 역시 인플레이션 상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진은 "주요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정부부채도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심화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 등 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반도체와 천연가스,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주요 공급 측면 리스크로 지목됐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이러한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에 따른 비용 상승,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 확대 가능성 등 정책 측면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국이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을 강화하면서 공급망 분절화가 심화하고 생산 비용이 상승해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도 인플레이션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관세 정책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관세 대상 품목이 확대되거나 관세율이 높아질 경우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관세 인상에 따른 재화 가격 상승이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분석 결과 상품 가격 충격이 서비스 물가로 전이되는 효과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웃도는 국면에서 더 크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 직접적으로 파급될 수 있으며 AI 투자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국내 물가에도 잠재해 있는 상방 리스크인 만큼, 이 같은 요인들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p) 상승할 경우 국내 물가 상승률은 약 0.2%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또 주요국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환율 경로를 통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관련 리스크 요인들이 상존해 있는 만큼 주요 리스크의 전개 상황과 그에 따른 직·간접적인 국내 물가 영향을 점검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은 한은 경기동향팀장은 "수요 측면의 압력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는 상승 요인이 있지만 전개 상황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유가 관련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정부가 유가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데 시행될 경우 비용 측면의 압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모두 나온 상황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물가 여건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는 다소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병국 한은 정책기획부장은 "당시에는 코로나 이후 수요 회복과 공급 충격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당히 상회하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져 있던 상황이었다"며 "현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 근처에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시와는 여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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