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환율·집값'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한은 신중모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12일, 오후 06:0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가계부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한은이 통화정책 운영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중동 사태로 금융·외환 시장이 과도하게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부동산 시장 역시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중동 사태, 물가·성장 전망의 최대 불확실성

한국은행은 12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이달 들어 중동 지역 분쟁에 따른 물가와 성장,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정책 여건에 굉장히 큰 변화가 생겼다”며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본 시나리오를 잡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 관련 다양한 정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확정되면 그 영향도 감안해서 (분석한 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중동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통화정책을 맡은 중앙은행이기에 더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다른 연구기관처럼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기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경제 영향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 노출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최근 중동발 소식에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급변동하고 있어 자칫 잘못된 신호로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직후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우려 등을 반영하며 단숨에 150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후 빠르게 되돌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 금리 지표인 국고채 금리는 지난 9일엔 하루 20bp(1bp= 0.01%포인트) 폭등하는 등 ‘발작’ 수준의 움직임을 보였다.

황건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이번 보고서를 주관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특정 방향으로의 기대를 형성하기보다는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 가계부채·집값 둔화 흐름이지만 재확대 리스크


지난해 내내 통화정책의 중요한 변수였던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강한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다소 꺾였으나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한은은 최근 가계대출 상황과 향후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면서 △주택가격 상승세의 주변지역 확산(풍선효과) △중·저가 중심의 주택거래량 증가 △전세가격 상승세 확대는 집값과 가계대출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주택가격 상승 흐름이 서울 핵심 지역에서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핵심지 중심으로 상승세가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서울 기타 지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둘째 주(3월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초구(-0.07%)·강남구(-0.13%)·송파구(-0.17)등 강남 3구는 3주째 약세를 보인 반면 중구(0.27%)·성북구(0.27%)·서대문구(0.26%)·강서구(0.25%) 등 중저가 매물이 여전히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수도권 주택거래 중 15억원 이하 주택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들 중·저가 주택의 대출 유발 규모가 15억원 초과 주택보다 큰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비싼 집일수록 대출 한도를 더 낮게 설정한 영향이다.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을 막고 부동산 투기 심리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였지만, 자칫 실수요자가 중저가 주택으로 몰리면서 15억원 수준으로 ‘키 맞추기’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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