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뉴스1 임세영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 여파로 불안해진 유가와 민생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유사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 폭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시장 안정을 위한 조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민생물가 관계장관 TF 4차 회의'를 열고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과 가공식품 가격 인하 동향 등 물가 안정을 위한 5개 주요 안건을 논의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정부는13일 0시부터 휘발유·경유·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의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고,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2주 단위로 조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최고가격 기준은 이날 밤 공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점매석이나 판매 기피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금지 고시를 2개월간 병행 시행하기로 했다.
식품 분야에서는 라면과 식용유 등 4월 출고가 인하를 앞둔 품목을 중심으로 유통 단계 점검을 강화한다. 정부는 업계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다음은 정부부처 관계자와 취재진 간 일문일답.
유류세와 관련한 언급이 없는데, 이번 대책에서 빠진 이유나 배경이 있는지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대통령이 말씀한 것처럼 현재 조치는 단기간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대책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최고가격제를 운용한 뒤 가격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만약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돼 있다.
유류세 인하는 전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다만 국민 가운데 특히 취약계층도 있기 때문에 직접 지원이나 보조금 형태의 정책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 수단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모든 판단은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선 2주간 최고가격제를 운영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최고가격 발표 이후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가격 인상 예상 수요가 몰릴 가능성 있지 않나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2주 동안 국제유가 변동이 상당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루 변동폭도 매우 큰 상황이다. 국제유가와 이를 반영한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 변동을 반영해 2주가 되는 시점, 즉 지금 발표 기준으로 보면 3월 말쯤이 될 것이다. 그 시점까지의 동향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인상할지, 인하할지, 또는 최고가격제 자체를 종료할지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수요가 몰릴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선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기간은 일단 2개월로 설정했다. 이 고시가 원활하게 이행되도록 지방자치단체, 산업부, 석유 관련 단체들과 함께 철저한 점검을 실시하고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정유사의 공급가에 대해서만 최고가격을 정하는 이유는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이번 제도에서는 정유사의 도매가격, 즉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대해서만 상한을 설정한다.전국 주유소가 약 1만 3000곳에 달하기 때문에 소매가격에 직접적인 최고가격을 설정할 경우 완벽한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소매가격은 결국 정유사의 도매가격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도매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면 그 효과가 소매가격에도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정유사 도매가격에 상한을 설정한 이후 주유소에 대해서는 가격 관련 현장 점검과 법적 제재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가수요를 통해 주유를 앞당길 가능성에 대한 대책은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정유사는 저유시설 등을 통해 일정 물량을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주유소 역시 주유탱크를 통해 일정 물량을 보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판매를 지연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석유제품은 대부분 차량 주유를 위한 용도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동일하게 예측해 대량으로 주유소에 몰리거나 별도의 저장탱크를 가져와 비축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그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
현재도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고시가 시행 중인데, 이번 조치는 기존과 어떤 점이 달라지는 것인지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2월 28일 이란 관련 상황이 발생한 이후 산업부와 관계부처가 주유소 등 현장에 대한 점검을 상당히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담합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까지 특별한 사재기나 물량 감소와 같은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경우 향후 가격 변동을 예상한 매점매석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하는 것이다.
정유사 손실액 계산 방식 설명 가능한가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산업부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상승 동향을 반영해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결정된다. 여기에 일정 마진이 더해져 주유소 판매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실제 시장가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최고가격을 지정하면 시장가격과 최고가격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 격차에 해당하는 비용을 정부, 소비자, 정유사, 주유소 등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분담할지, 그리고 분담 비율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과거보다 시장 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있는데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 정부의 가격 개입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동 상황 이후 여러 나라에서도 가격 메커니즘에 개입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거나 제재를 강화하는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조치가 아니다. 현재 상황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 변동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약 2~3주 정도 시차가 있는데,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입되기도 전에 2월 28일 이후 곧바로 휘발유 가격이 200~300원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정상적인 시장 작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라도 가격 안정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가공식품 가격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파급을 차단하기 위해 우선 석유류 가격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4월 출고분부터 가격인하 적용된다고 했는데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점은 어떻게 되나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 출고가격 기준이기 때문에 유통업체 재고 상황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유통 단계별 재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가격 인하 체감 시점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라면 업계의 경우 주요 4개 업체가 포함돼 있으며 식용유 업체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정부도 유통업체별 가격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라면 가격 인하는 밀가루 가격 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팜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데 다시 가격이 변동될 가능성은 없는지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 최근 인도네시아의 바이오디젤 정책 영향으로 팜유 가격이 상승했다는 보도를 봤다. 다만 그 이전까지 팜유와 카놀라유 가격은 국제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과 소비 동향, 그리고 밀가루 가격 인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라면 업계가 가격 인하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상황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동유럽에서 들어오는 곡물은 대부분 수에즈 운하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직접적인 물류 차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운임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일부 상승 요인은 있을 수 있다. 현재 업체들은 약 4~5개월 분량의 곡물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상황을 보면서 업계와 함께 추가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공정위는 담합 제재 이후에도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인지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 맞다. 담합 등 경쟁 제한 행위로 인해 형성된 가격에 대해서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우려 품목 추가 추가 선정 계획 있는지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 추가 품목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