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13일 0시부터 시행된다. 시행 전보다 109~408원 저렴하다.
지난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직접 설정하는 것은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주유소들은 해당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정하게 된다. 정부는 가격 변동 상황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조정할 계획이다.
2주 단위로 상한액 조정…도서 지역은 5% 내외 탄력 운영
정부는 12일 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여기서 공급가격이란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실제 가격의 평균을 의미한다.
정부는 특히 중동 사태 발생 이전 형성된 가격 수준을 기준으로 기준가격을 설정했다.
최종 산출되는 최고가격은 이 기준가격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변동률을 반영한 뒤 각종 제세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적용되며, 주유소들은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정하게 된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역별 가격 차이가 크고 각 주유소의 경영 전략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최고가격 적용 유종은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이며 고급휘발유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체적으로 보통휘발유는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 등이다.
이는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1833원→1724원), 경유 218원(1931원→1713원), 등유 408원(1728원→1320원)이 저렴하다.
정부는 이번 최고가격제의 종료 시점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 안정 여부에 따라 제도 운용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또 가격 안정 효과와 국제유가 반영 시차(약 2주), 정부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필요할 경우 조정 주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단서를 뒀다.
해상 운송으로 추가 운송비가 발생하는 도서 지역 등 특수지역의 경우 5% 이내 범위에서 별도의 최고가격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지역의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1743원, 자동차용 경유 1743원, 실내 등유 1339원 등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통해 "국제 석유 가격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해제할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3.12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유사 손실은 정부가 사후 정산…매점매석·담합 집중 점검
아울러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정유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보상하기로 했다.
정유사는 회사별 원가 구조 등을 반영해 손실액을 자체 산정한 뒤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부에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회계·법률·학계 등 석유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가격 정산위원회'를 통해 정유사가 제출한 손실액을 검증한 뒤 정산할 방침이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최고가격제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정부는 주유소 가격의 과도한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운영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민단체 등 중립적 기관을 활용해 판매가격과 매입·판매·수출 등 물량 흐름을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석유정제업자와 석유판매업자를 대상으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도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2개월간 시행한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정제업자, 정유사의 경우에는 휘발유·경유·등유 월간 반출량이 일정 이상 나올 수 있도록 그렇게 저희가 고시를 할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정유소 등에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하게 공급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효과를 확인한 뒤 결정할 계획이다.
강 차관보는 "일정 기간 최고가격제를 운용한 뒤 가격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만약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ir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