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등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 부총리,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26.3.12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해 약 30년 만에 석유제품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유가 안정 대책을 본격 가동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는 L당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상한을 설정해 13일부터 2주간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 흐름을 지켜보며 비축유 방출, 유류세 추가 인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취약계층 대상 직접 지원 등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단계적 조치를 통해 유가 상승에 따른 민생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유가 대책의 포문 연 최고가격제…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
13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대해 상한선을 규제하는 최고가격제를 운영한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운영 후, 가격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직접 설정하는 것은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제 석유 가격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해제할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제적 가격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정유사의 영업 손실 보전에도 나설 방침이다. 정유사는 회사별 원가 구조 등을 반영해 손실액을 자체 산정한 뒤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부에 정산을 요청하면, 회계·법률·학계 등 석유 분야 전문가가 검증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국제사회와 약속한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시기는 검토 중
정부에 따르면 이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주유소가 공급받는 가격은 시행 이전인 11일 대비 109~408원 저렴해지는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첫 시행 2주 동안 국제유가가 오르면, 상승분을 반영해 최고가격으로 반영되는 구조여서 2주 후에는 다시 소비자가격이 2000원을 돌파하는 등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음 단계 유가 안정책으로는 '비축유 방출'이 가장 먼저 검토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32개 회원국은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4억 배럴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방출했던 1억8200만 배럴의 두 배가 넘는 물량으로 IEA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다.
한국 정부도 이에 동참해 전체 방출량의 5.6%인 2246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IEA 비축유 방출은 각국의 방출 할당량을 규정했고, 실제 방출 시기, 방식은 국가별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여건에 맞춰 국익 관점에서 방출 시기와 물량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해 IEA 사무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비축유 방출은) 정부의 비축분과 민간의 비축분을 매칭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주 안으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인근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3.12 © 뉴스1 김영운 기자
유가 부담 경감 단골 정책 '유류세 인하'…직접적 지원도 검토 중
과거 정부도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류세 인하 카드를 여러 차례 꺼내 들었다. 현재 정부 역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가격 흐름을 지켜본 뒤 안정세가 확인되지 않으면 유류세 추가 인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 7%, 경유 10% 인하가 적용 중으로, 2021년 도입된 한시 인하 조치가 거듭 연장된 결과다. 여기에서 인하 폭을 더 키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일정 기간 최고가격제를 운용한 뒤 가격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만약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율을 1%포인트(p)가 높아질 때마다 휘발유 가격은 L당 8.2원, 경유는 5.8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을 경우, 휘발유에는 L당 820.47원, 경유에는 581.62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7%, 경유 10%의 유류세 인하율을 다음 달까지 적용해 휘발유 L당 763원, 경유 523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인하율이 확대되면 가격 인하 효과가 커진다. 인하율을 10%로 적용하면 휘발유 세액은 L당 82원 낮아져 738.47원이 된다. 인하율을 20%로 높이면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낮아져 각각 656.47원, 465.62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인하율이 30%로 확대되면 휘발유는 246원, 경유는 174원 줄어 각각 574.47원, 407.62원의 세금이 적용된다.
법정 최대 인하율인 37%를 적용할 경우, 인하 폭은 휘발유 303.4원, 경유 214.6원까지 확대된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의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고유가의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이지만, 전반적인 가격이 높아지면 취약계층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추경을 통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요금 할인 확대와 화물·버스·택시 등에 대한 유가 연동 보조금 등 '직접 지원' 카드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출석해 추경 편성과 관련해 "중동 상황으로 석유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서 피해를 입는 계층을 타깃으로 해서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하는데 중점이 있다"며 "유가가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자동차, 택배, 농어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