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안돼"…美·EU 견제에 K-배터리 '반등 기회' 커진다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3일, 오전 07:05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 © 뉴스1 최지환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잇따라 중국 배터리를 견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환경이 K-배터리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배터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딛고 올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 마지막 날인 13일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배터리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됐지만 통상 환경 변화와 신규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중장기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나란히 실적 둔화를 겪었다. 삼성SDI(006400)와 SK온은 지난해 각각 1조 7224억 원, 931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연간 기준으로 1조34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12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주문이 줄어든 데다 원재료 가격 변동과 대규모 투자 부담까지 겹치며 실적이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EU 산업 가속화법 추진…美 301조 조사에 배터리 포함

다만 올해 시장 환경은 지난해와 다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 배터리를 겨냥한 미국과 유럽의 통상 정책이다. 유럽연합(EU)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 가속화법'을 추진하며 역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산업 가속화법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이 EU 내에서 조립돼야 한다. 배터리 역시 셀과 모듈, 팩, 양극재, 분리막,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핵심 부품 가운데 최소 3개 이상이 유럽에서 생산돼야 보조금 대상이 되며 이 기준은 2030년부터 5개 이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이런 정책 변화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전기차 판매에 보조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역내 생산 기반을 갖춘 배터리 업체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며 유럽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도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환경 규제와 인허가 문제 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최근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유럽연합에서 산업 가속화법이 발표되면서 K-배터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기술 개발과 공정 혁신, 차세대 전지 개발에 산업 생태계가 힘을 모은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공급망 규제를 강화하며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에 '배터리'를 포함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행에 대해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과 중국 등 16개국이 포함됐는데 업계에서는 중국산 배터리가 주요 타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둔화 보완할 'ESS'…유럽 판매 회복세도 '청신호'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성장하고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배터리 시장의 수요 변화도 K-배터리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 증가로 ESS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2023년 약 185GWh에서 2035년 약 1232GWh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ESS 프로젝트가 늘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회복세도 긍정적인 신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지만 유럽에서는 19.5% 증가한 30만7000대가 판매됐다. 유럽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34.9% 증가한 425만7000대의 전기차가 팔리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번 인터배터리 현장에서도 중국 배터리와의 경쟁 구도 변화에 대한 자신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와 달리 기술력과 안정성, 글로벌 공급망 대응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경쟁 구도 변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해 왔지만 미국과 유럽이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며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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