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美 관세 폭탄·노란봉투법까지…기업들 '시계 제로'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5일, 오전 07:10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최지환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관세 위협 역시 계속되는 대외 변수죠. 국내에선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신청도 계속되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선 힘든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죠.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마디로 대내외 각종 변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상 처음으로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고유가의 직격탄뿐 아니라 글로벌 해상 물류 역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16개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변수도 못지않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응 방안도 정하지 못한 채 일단은 상황을 예의주시만 하고 있다. 국내외서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이런 요인들은 개별 기업이 해결책을 마련하기 힘든 문제여서 속앓이만 하는 모양새다.

원청 상대 하청 노조 교섭 요구 릴레이…삼성전자, 파업 위기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원청 사업장 248곳을 대상으로 453곳의 노조지부지회의 교섭 요구가 이뤄졌다. 이들 노조의 조합원 규모만 9만 8480명에 달한다. 시행 이틀 만에 이뤄진 규모인 만큼 현재는 교섭 요구 규모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업은 교섭 요구를 공고하기도 했는데 대다수의 기업은 하청 노조 교섭 요구에 별다른 대응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채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노동위원회로부터 사용자성 판단을 거쳐 교섭이 진행되는 사업장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에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1호 분쟁 사업장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성 판단을 뒤로 늦추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단은 노동위원회, 법원의 결정 등 사례가 쌓여야 할 것 같다"며 "일단은 법적 판단을 받아보려는 방향인 것 같다"고 전했다.

노란봉투법과 별개로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 상황을 맞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데 과반 찬성이 나오면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선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최근 본궤도에 오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이기에 파업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호르무즈 해협 첫 봉쇄 여파 확산…美의 새로운 관세 '위협'

대외 변수도 우리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에서 원유의 70% 이상을 수입하는데 상당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한다.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7%가 이 해협을 통과하기도 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미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서 연쇄적인 셧다운이 발생할 것이라는 공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석유화학 업계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자 여천NCC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은 일부 고객사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급 차질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사전 고지에 나선 셈이다.

해상 물류 역시 비상이다. HMM은 이 지역 신규 예약 일시 중단과 항로 우회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해운업체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까지 입은 손해만 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 업계는 대체 경로를 검토하면서 해협 봉쇄 장기화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 역시 새롭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등에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 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전자기기,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우리나라 제조업의 공급과잉을 명분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연방 대법원 판결 이전의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업계에선 특정 산업이나 품목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조치가 어떤 성격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관세뿐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제재를 취할 수 있다"라거나 "관세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가 지난해 합의했던 이익 균형이 유지되고, 수출에 있어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며 "301조 조치가 추가로 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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