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20년만에 태광 '입김' 걷는다...김재겸號 탄력 받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15일, 오후 07:29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롯데홈쇼핑의 20년 이사회 균형 구도가 깨졌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이 기존 5(롯데 측)대 4(태광 측)에서 6대 3으로 재편되며 2대주주 태광산업(003240)의 입김이 약화된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재편으로 롯데홈쇼핑의 의사결정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전략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태광의 반발이 여전한 것은 변수다.

롯데홈쇼핑 본사. (사진=롯데홈쇼핑)


◇‘5대4 균형’ 깨졌다…롯데, 이사회 주도권 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재겸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은 기존 롯데 측 추천 이사 5명(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2명), 태광 측 4명(태광 임원 3명·사외이사 1명)에서 롯데 측 6명(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3명), 태광 측 3명(태광 임원 2명·사외이사 1명)으로 조정됐다. 20년간 암묵적으로 유지돼 온 양측 간 ‘5대4 균형’ 구도가 이번 주총을 계기로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홈쇼핑과 태광 간 갈등의 뿌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쇼핑(023530)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며 약 53%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태광산업이 약 45%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로 남으면서 ‘불편한 동거’가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사옥 매입과 롯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 대표이사 거취 등을 둘러싸고 수년간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내부거래를 둘러싼 갈등이 컸다. 롯데 측은 TV 시청 감소와 모바일 커머스로 업황이 악화하자 계열사 간 거래를 확대하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태광은 대주주 중심 이익 편취라며 반발했다. 태광은 또 지난달 롯데쇼핑이 납품업체와 롯데홈쇼핑 사이에 끼어 유통 마진을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냈지만 조사 불개시로 결정됐다. 태광은 주총 전날에도 김재겸 대표 재선임 반대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공세를 높였다.

이번 결과로 롯데의 의사결정 영향력은 크게 높아졌다. 6대3 구도에서는 재적이사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안건도 롯데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태광 측 반대로 부결됐던 롯데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한도 확대 안건(기존 291억원→670억원) 재상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홈쇼핑 측은 “이번 결정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회사에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겸 대표 체제 탄력 받을까…태광 반발은 ‘변수’

김재겸 대표 체제의 전략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내부 승진으로 2022년말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현재 롯데홈쇼핑은 패션·뷰티 등 고수익 상품군 확대와 계열사 협업 시너지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간 이사회 내 태광과의 의견 차이로 주요 경영 안건 추진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이번 재편이 전략 실행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태광이 애경산업(018250) 인수 계약을 체결 이후 방송 편성에도 개입하려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현재 롯데홈쇼핑은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 매출은 2021년 1조 1027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9023억원까지 감소했다. 반면 TV 채널 자릿세인 송출수수료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태광과의 갈등도 본격적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이 롯데홈쇼핑이 20년 만에 이사회 구조 재편을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태광의 반격은 변수로 남아 있다. 태광 측은 김재겸 대표가 이사로 재선임된 것에 반발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해임 추진과 법원 해임 청구 등을 예고했다. 계열사 위탁 판매 방식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위법성을 주장하며 추가 법적 대응 명분을 쌓고 있다. 이사회 구도는 바뀌었지만 45% 지분을 쥔 태광이 있는 만큼 양측 간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구도가 바뀐 만큼 그동안 제약을 받았던 주요 안건들이 다시 추진될 여지가 커졌고 전략 실행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며 “롯데 측 입장에서는 20년만에 경영 주도권을 확실히 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45% 지분을 쥔 태광이 있는 지분 구조상 내부거래나 상품 편성 등을 둘러싼 갈등이 단기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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