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먹거리값 통제는 시간벌기용...2~3개월 뒤 더 큰 충격 올 수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16일, 오전 05:0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마저 흔들리며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과 핵심 생필품 관리 등 물가 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인위적인 가격 안정 정책으로 물가 지표가 낮아질 수는 있지만, 언제든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에 흔들리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석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년 전보다 10~20% 오른 기름값…“가격 억제 단기처방”

15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40.85원으로 전날보다 4.46원 하락했다.

29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이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석유류를 포함한 에너지 가중치가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석유 최고가격제는 우선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일 품목 기준 휘발유는 전체 458개 품목 가운데 4위에 올라 있고, 경유도 7위를 차지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석유류 가격이 소비자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 폭을 관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해 국내 기름값이 10%~20%가량 올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고강도 압박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미 높아진 석유류 가격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휘발유 가격의 경우 올 3월 둘째주 평균 가격은 1901.60원으로 전년 대비 11%가 높다. 같은 기간 경유는 20%이상 올랐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전기 요금을 개편하고 라면값 등 여러 가격을 내렸지만 유가가 이전보다 많이 오른 상황이라 이 같은 가격 압박으로 물가를 하락세로 돌리긴 어렵다”며 “결국 상승 폭을 줄이는 정도의 효과”라고 평가했다.

◇단기처방 끝나면 물가 더 튀어오를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는 추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나 시장에서는 추경이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공언했지만,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 추경이 금리와 환율 상승을 자극해 수입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수도 있다. 시장이 국채가 발행될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면서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조치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단가나 원재료 가격 상승 압력이 2~3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전이되기 시작해 지표 관리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대응책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물가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억제 정책이 끝나고 더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 통제는 장기화할 수 없는 수단”이라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부가 통제를 해제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 압력이 폭발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원유 공급망 다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를 억제해도 오래가지는 못한다”며 “원유와 같은 원재료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중동 사태 등이 터질 때마다 다변화 이야기가 나오지만 상황이 지나가면 편하고 저렴한 중동 원유에 또 의존하는 것이 반복된다”며 “이번을 계기로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70%에서 60%로 낮춘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