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만드는 새로운 금융 환경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16일, 오전 06:01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암호자산은 비트코인도 이더리움도 아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한때 암호자산 거래를 위한 결제 수단에 불과했던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새로운 디지털 통화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 이 ‘디지털 달러’는 암호자산 거래의 결제 수단을 넘어 국경 간 송금과 디지털 자산 거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암호자산을 단순히 투자나 투기의 대상으로 본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그다지 매력적인 자산이 아닐 수도 있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자산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트코인이 암호자산의 시대를 열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자산의 기능들이 실제 금융 구조 속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실질적 완성의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챗GPT)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암호자산이다. 대부분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하며, 달러에 페깅(pegging)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 개의 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처음 등장했을 때 스테이블코인은 각국에 위치한 암호자산 거래소 사이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디지털 달러’ 역할을 했다. 서로 다른 국가의 거래소 사이에서 자금을 이동하거나 암호자산을 매매하기 위해 달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단순한 거래 편의 수단을 넘어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됐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달러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국경을 넘어 동일한 디지털 통화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환경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 15년 동안 축적된 암호자산 기술의 발전이 있다. 그 출발점에는 비트코인이 있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국가나 중앙기관 없이도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기술적 답변을 제시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기존 금융 질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암호자산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비트코인은 이제 ‘디지털 금(Digital Gold)’으로 인식되며 글로벌 투자 자산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중앙기관 없이도 가치의 저장과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금융 시스템의 관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변화다.

이더리움은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더리움은 그 위에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단순한 자산 이전을 넘어 다양한 금융과 서비스가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탈중앙 금융(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탈중앙 자율조직(DAO)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실현됐다. 블록체인은 더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더리움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암호자산 생태계를 확장시킨 핵심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 위에서 실제 경제 활동을 연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으로 발행되고 있다. 그 준비자산 역시 주로 현금성 자산과 미국 단기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디지털 형태의 달러 유동성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공급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미래의 국제 금융 환경에서는 각국 통화가 존재하더라도 일부 영역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와 결제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된다.

첫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디지털 자산 거래와 국경 간 자금 이동에서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둘째,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활용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능한다. 셋째, 이러한 구조 속에서 블록체인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게 된다. 넷째,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 이더리움은 금융 인프라 플랫폼,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거래와 결제에 사용되는 디지털 통화로 기능하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을 가속화 하고 있다.

바로 실물자산(Real World Assets, RWA)의 토큰화이다. RWA(Real World Assets)는 부동산, 채권, 주식, 예술품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산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RWA의 토큰화’라고 한다. 자산이 토큰화 되면 거래와 이전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글로벌 투자 접근성도 크게 높아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토큰화 자산 시장에서 결정적인 결제·정산 수단이 될 것이다. 모든 자산이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연결되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신뢰할 수 있는 교환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규제 환경이나 기술적 안정성, 통화 주권에 대한 각국 정부의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암호자산이 투기 대상을 넘어 금융 인프라의 본질적인 일부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치의 이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 환경은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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