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화가 없다"…'왕사남' 1200만 돌파에도 웃지 못하는 극장가

경제

뉴스1,

2026년 3월 16일, 오전 07:10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광고판이 걸려 있다. 2026.3.8 © 뉴스1 오대일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영화에 오른 뒤에도 흥행을 이어가며 침체한 극장가에 반등 신호를 만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이를 곧바로 시장 회복의 출발점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왕사남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한 편의 흥행만으로 산업 전체 회복으로 이어질지엔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영화산업의 부진은 'OTT' 때문?…홀드백 제도 도입 논의 본격화
영화진흥위원회 소비·산업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전체 극장 매출은 1조 470억 원, 관객 수는 1억609만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4%, 13.8% 감소했다. 한국영화만 놓고 보면 매출은 4191억 원, 관객 수는 4358만명으로 각각 39.4%, 39.0% 줄었다. 극장 매출과 관객이 3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이번 1000만 영화 한 편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 같았다.

그럼에도 극장과 OTT 간 유통 질서 변화는 여전하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의 극장 상영 기간이 짧아지고 OTT·IPTV 등 2차 유통 시점이 빨라지면서, 극장업계에선 관객이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극장 관람을 미루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국회에선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홀드백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영화의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이 지난 뒤 OTT·IPTV 등 2차 유통이 가능하게 하거나 구체적 기간을 법에 직접 명시하지 않은 채 제도 도입 근거를 두는 방식 등의 논의 되고 있다. 하지만 제작·배급업계 일각에선 일률적인 홀드백이 배급 자율성과 부가판권 수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극장 3사의 수익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점도 이런 배경과 맞물린다. CGV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2754억 원, 영업이익 962억 원을 기록했지만 실적 개선 배경으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극장 사업 성장과 SCREENX·4DX 등 기술 특별관 성과 등을 제시했다. 메가박스와 롯데컬처웍스 역시 일반 상영 수요만으로 실적을 회복하기보다 굿즈·프리미엄 상영관·비용 조정 등의 득이 컸다.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2026.3.8 © 뉴스1 오대일 기자

천만영화의 '흥행 공식' 설명하기 어려워…왕사남 이후 흥행작 기대해야
흥행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관객을 극장으로 움직이는 요인이 갈수록 복합해지고 있어서다. 관객이 극장 관람 영화 정보의 주요 획득 경로를 어디서 획득하는지, 여기에 연이은 주말과 명절 같은 연휴 효과, 날씨, 배우 인지도, 마케팅, 입소문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과거처럼 스타 캐스팅이나 대형 제작비만으로 흥행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올해 개봉할 대작 라인업에 기대를 걸면서도 전망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국제시장 2', '타짜: 벨제붑의 노래', 연상호 감독의 '군체' 등도 차기 텐트폴 후보로 꼽힌다. 그럼에도 기대작의 존재와 실제 흥행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왕사남 이후'다. 이번 흥행이 극장 수요의 존재를 보여줬다면, 시장 회복 여부는 후속 한국 영화 라인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만 영화 한 편보다 300만~500만명 수준의 중형 흥행작이 연속적으로 나와야 상영관 운영과 투자비 회수, 관객 재방문 흐름이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한 편 잘된다고 시장이 살아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결국 다음 영화, 그다음 영화까지 라인업이 이어져야 하고 관객이 왜 극장에 오는지도 다시 읽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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