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평택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고병원성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해 방역당국이 통제 및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영운 기자
국내 축산업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세 질병이 모두 발생하면서 축산 방역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이들 전염병이 한 해에 모두 발생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방역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5~2026 동절기 AI·ASF·구제역 동시 확산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2026년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2023년 동절기(32건)와 2024∼2025년 동절기(49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 겨울철 철새 이동 시기에 맞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올해는 발생 규모 자체가 이전보다 한 단계 확대된 양상이다.
ASF 확산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가 아직 3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발생 건수는 이미 22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와 2024년 두 해 동안의 발생 건수(17건)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2019년 국내 첫 발생 이후 2025년까지 7년간 누적 발생 건수가 55건, 연평균 7.9건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확산 속도는 과거 평균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인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제역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제역은 2025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2023년 11건에서 지난해 19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인천 강화군과 경기 고양시의 소 사육 농장에서 현재까지 3건이 확인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질병이 다시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축산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3대 전염병 동시 발생' 한국 유일
문제는 이들 세 질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사례가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병원성 AI, ASF, 구제역이 한 해에 모두 발생한 국가는 현재까지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인프라와 행정 대응 체계를 갖춘 국가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축산 방역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구제역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백신 접종 관리 부실이 지목된다. 발생 농장의 항체 양성률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았는데, 이는 연 2회 의무화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대형 농장에서 접종을 농가에 맡긴 채 당국의 점검과 감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확산과 관련해서는 방역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정부가 2024∼2025년 동절기부터 예방적 살처분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초기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가 약화했다는 것이다.
AI 백신 도입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다만 정부는 AI와 ASF 백신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충분히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 접촉 최소화가 핵심"...전문가들, 수평 전파 차단 강조
전문가들은 또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수평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동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가축전염병 확산 원인을 설명할 때 사람의 이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여러 지점에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가장 효과적인 방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이동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며 "정부가 기존 이동 통제 등 방역 수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 실행하려는 의지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단순히 방역 실패로만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방역 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살처분 외에는 사실상 대응 수단이 없었지만 지금은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며 "예방적 살처분도 줄이고 위험도를 평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방역 스타일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가축전염병 확산을 정부 대응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멧돼지와 철새 같은 자연적 오염원, 낙후된 축사 구조, 농가의 관리 수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농가 책임만으로도, 정부 책임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와 현장 관리 문제가 함께 얽힌 사안"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