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특히 최근 쿠팡 등 이커머스 확산으로 입지가 좁아진 동네 슈퍼들이 SSM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개인 점포가 브랜드와 공급망을 활용해 영업 기반을 유지하는 구조다. 서울 강서구에서 SSM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이커머스와 경쟁하면 개인 슈퍼는 사실상 상대가 안 된다”며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간판을 바꾸는 순간 규제가 따라붙는다는 점인데, 점주 입장에선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SM 운영 기업들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가맹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가맹 방식은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점포망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서다.
업계에서는 가맹 비중이 높아진 만큼 규제 적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SSM 업체 관계자는 “산업 변화에 따라 업계가 전략적으로 가맹 전환을 추진하는 추세”라며 “식자재마트 역차별 등 이젠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가맹점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산업 변화가 제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SSM은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돼 오전 10시 이전 영업이 제한되고 월 2회 의무휴업도 적용받는다. 2012년 도입 당시 설계된 규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SSM은 여전히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 매출과 비용을 직접 책임지는 가맹 구조로 바뀌었음에도 개인사업자에게 대기업 규제를 씌우는 기형적 구조인 셈이다. 점주 입장에서는 영업 자율권이 크게 제한되는데도 정책 설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규제 손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산업통상자원지식재산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해당 법안에는 SSM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대형마트 규제의 단계적 완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22대 국회에 관련 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다만 여당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논의의 향방은 매각이 진행 중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도 변수로 꼽힐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SSM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직영 비중이 높아 가맹 전환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잠재력 있는 매물로 거론된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가맹 전환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 인수 후 사업 확대 여지가 크다. 다만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인수 후보 측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재 SSM 가맹점은 대기업 유통망을 쓰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지역 기반 소매점에 가깝다”며 “결과적으로 영업은 개인사업자 방식으로 하면서 규제는 대기업 수준을 적용받는 이중 구조가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온라인과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 이런 규제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