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악몽' 되살리는 사모대출 불안…유사점과 차이점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0일, 오후 05:4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 불안 징후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GFC)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의 유사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시장 여건과 초기 불안 징후 측면에서는 유사성이 작지 않다며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 AFP)
국금센터는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사모대출과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간에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범위와 거래상대방 위험, 연계 시장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하다”면서도 “고금리 지속 및 경기둔화 시 사모대출에서의 디폴트가 크게 증가할 수 있으므로 관련 위험의 확산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지난해 10월 연설에서 사모신용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지난달 미국 사모신용 투자사 블루아울 캐피탈의 개인 투자자 대상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이번 사태가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은 순간일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투자전략가도 최근 유가 급등과 사모대출 위험을 근거로 현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금센터는 사모대출이 △상품의 특성 △급격한 성장 △시장 여건 △초기 불안 징후 등의 측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사모대출은 모두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저신용 개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었다면, 사모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미들마켓)을 겨냥한다. 두 상품 모두 변동금리 기반이어서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에 취약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규제ㆍ감독 공백을 틈타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는 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사모대출의 유사점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고금리로 차주의 이자의 부담이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극적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 되자 부도율이 증가하면서 일부 펀드에서 환매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두 사태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는 게 국금센터의 분석이다. 파생상품 연계성 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부채담보부증권(CDO)과 합성 CDO로 구조화되면서 실제 손실이 모기지 손실의 수십 배로 불어났다. 반면 사모대출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로 파생되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은행 익스포저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은행들의 손실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최대 4조 1000억달러에 달했고, 은행이 전체 손실의 3분의 2를 부담했다. 현재 은행들의 사모대출 직접 익스포저는 약 960억달러(연준 기준)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제도적 안전망도 과거와는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연준이 위기 발생 이후에야 사후적으로 대응했지만, 현재는 2021년 7월 상설화된 대기성레포제도(SRF)를 통해 은행 유동성 위기 시 상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국금센터는 사모대출이 투명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현재의 불안이 글로벌 금융위기처럼처럼 구조적 문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선경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저에는 주택시장 버블이 있었으며, 최근 사모대출 환매는 인공지능(AI)발 산업 재편 우려 속 소프트웨어ㆍ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집중이 불안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다만, “이란 사태로 경기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어려워진다면(고금리 지속), 사모대출의 부실이 증가하고 하이일드채권, 레버리지론 등 여타 시장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