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큰손 잇단 러브콜 '절호의 기회'…노조 총파업 '암운'

경제

뉴스1,

2026년 3월 22일, 오전 06:30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에 돌입한다. 18일 삼성전자 노조 2개 단체(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이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1%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재적 조합원 약 9만 명 중 73.5%인 6만6019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 © 뉴스1 김민지 기자


"땡큐 삼성"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많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기대" (리사 수 AMD CEO)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엔비디아와 AMD가 삼성전자(005930) 잡기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삼성에 고마움을 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리사 수 AMD CEO 역시 직접 삼성전자를 방문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을 요청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로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도 계속되고 있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슈퍼을(乙)'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불과 1년 전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며 탄탄대로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균열이 발생했다. 과거 HBM 기술 개발 실기라는 뼈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는데 노조의 집단행동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반도체 생산에라도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7 © 뉴스1


"삼성이 돌아왔다"…AI 시대 슈퍼을 급부상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진행된 지난 18일. 주총이 열린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선 웃음과 격려의 박수가 계속됐다. 주주들은 하나 같이 경영진에게 "수고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고생 많으셨다"라고 했고 경영진 역시 "약속을 지켰다"고 화답했다. 1년 전 HBM 제품 납품 지연으로 주가가 부진해지자 성난 주주들의 항의가 쏟아졌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HBM3E 제품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AI 시대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납품이 지연됐고 그 사이 경쟁사와의 격차는 벌어졌다. 결국 30년 넘게 유지했던 D램 1위 자리도 내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절치부심 끝에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했고 메모리 반도체 왕좌 자리도 탈환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실적 역시 견조하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9.2% 증가한 20조 737억 원이다.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만 16조 4000억 원에 달한다. DS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3% 증가했다. 올해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만 245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치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변수를 가정하지 않을 경우에 나온 추정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18일 서울 이태원 승지원에서 술잔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8 © 뉴스1


엔비디아·AMD, 삼성전자에 '러브콜'…내부서도 자신감 회복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이제는 내부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한 듯한 모습이다. 특히 AI 패권 경쟁이 한창인 글로벌 무대에선 HBM4 공급처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테크 행사인 GTC 2026에 참가했는데 AI 시대의 황태자인 젠슨 황 CEO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전시장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HBM4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HBM4 실물칩을 공개했다.

HBM뿐 아니라 젠슨 황 CEO는 추론 특화 AI 가속기인 '그록 3 LPU(언어처리장치)'를 전격 공개하면서 삼성전자가 전용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CEO는 "삼성에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황 CEO는 GTC 2026 삼성전자 부스도 찾아 HBM4 코어다이 웨이퍼, 그록 LPU 파운드리 웨이퍼에 친필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독주에 맞서는 AMD의 수장인 리사 수 CEO는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DS) 부문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 부문장인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모두 만나 반도체부터 완제품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AI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삼성전자가 AMD를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함에 따라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에는 삼성전자의 HBM4가 공급될 예정이다. 양사는 파운드리 협력도 논의, 삼성전자와 AMD가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30 © 뉴스1 최동현 기자


절치부심 끝 확보한 '기회'…노조 파업 예고에 '전전긍긍'

하지만 노조의 파업 예고로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이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거부하자 오는 5월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초과이익성과급(OPI)에 연봉 50% 상한을 두고 있는데 노조는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는 총파업 시작 전까지는 사측과 협상의 여지도 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는 상한 폐지에 난색을 보인다. DS 부문과 DX 부문이 동일한 성과급 구조를 적용받고 있는데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경우 사업부 간의 실적 차이로 보상 쏠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내 조직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게다가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직원들의 성과급에만 집중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삼성전자는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올해 시설과 연구개발(R&D)에 1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단일 연도 투자 규모가 10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환원하는 기존 4기 정책을 이행하기로 했다. 2024~2025년 누적 현금배당은 20조 9000억 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8조 4000억 원 규모다. 2026년에는 정규 배당으로 9조 8000억 원을 지급하며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환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노조의 총파업이 삼성전자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 자동화돼 있기에 생산 차질은 제한적이지만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자칫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지난해 뼈를 깎는 고통으로 확보한 기회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뤄질 파업은 분명 회사 경영에 중대한 악재가 될 것"이라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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