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 본사 전경.(사진=생명보험협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9.25% 수준이며 85세 이상에서는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환자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보고서는 또 2023년 기준 치매머니는 154조원 수준이지만, 2050년엔 488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는 판단 능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특성상 자산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사기 피해, 가족 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시점에 체계적인 자산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산이 의도치 않게 유출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치매가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 개인과 가족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치매머니를 돌봄과 요양, 가족 생계 안정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명보험업계는 치매보험을 통해 치매 진단 시 진단금과 간병비 지급, 장기요양 지원 등 경제적 대비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치매는 장기간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질환인 만큼 보험을 통한 사전 대비가 가계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일부 생명보험사는 요양시설 운영 등 요양산업에도 진출해 고령층 케어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험금 지급을 넘어 고령자의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관리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치매 고령자의 재산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탁제도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탁재산 범위 확대, 관리형 신탁 기준 개정, 치매신탁 판매제도 개선 등이 과제로 제시된다.
먼저 치매신탁 재산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치매 고령자의 자산은 예·적금, 부동산, 보험금, 연금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지만 현재 신탁 가능한 재산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노후소득이나 요양비용의 주요 재원이 되는 공적·사적연금과 저축성·보장성보험의 보험금청구권 등을 신탁 가능 재산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리형 신탁 기준 개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 치매신탁은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돼 고객 접근성이 낮고 가입 권유 인프라 부족, 획일적인 수수료 구조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신탁 목적이 투자보다는 고령자 재산의 보관·관리인 경우 금융투자상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치매신탁 판매제도 개선 필요성도 거론된다. 현재 신탁상품은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어 치매신탁이 필요한 일반 고령층의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행 법령상 신탁상품 가입 권유를 위해서는 투자권유대행인 자격이 필요하지만 등록된 투자권유대행인 수가 많지 않아 판매 채널이 제한적이다.
이에 일본 사례처럼 보험설계사가 치매신탁을 권유할 수 있도록 자격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일본의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생명보험회사가 신탁전문자회사 또는 신탁대리점 형태로 생명보험신탁 판매가 가능하며 보험설계사 역시 보험 판매 자격을 보유한 경우 별도의 신탁 자격 없이 생명보험신탁 권유가 가능하다.
보험설계사는 고령층 접근성이 높고 대면 영업망이 탄탄한 만큼 질병·치매·상해보험 등 보장성 보험과 연계해 치매 대비 보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며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머니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매보험 활성화와 신탁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치매 고령자의 건강관리와 치매머니의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