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대신 팬덤"…'IP 협업 전략' 키우는 토종 SPA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2일, 오후 04:4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제조·유통 일괄(SPA) 패션업계가 외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처럼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닌, 유명 IP를 통해 이미 형성된 ‘팬덤’을 SPA 브랜드 안으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SPA 시장의 브랜드 전략이 비(非)가격 요소인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스파오가 진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나의히어로아카데미아'와의 협업제품 출시 당시 대기줄 모습. (사진=이랜드월드)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의 지난해 외부 IP 협업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실제 스파오 공식 온라인몰에서도 지난해 기준 신규 IP 협업 신제품 발매시 하루 평균 최대 7만명이 유입되고, 하루 1500~2000명 규모의 회원 가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파오는 지난해 AK플라자 홍대 매장을 IP 협업 모델 매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더불어 올해는 IP 협업 특화 컴팩트 매장도 별도로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던 SPA 시장에서 최근 IP 협업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현재 스파오 내에선 ‘콜라보셀’(내부 명칭)이란 팀이 IP 협업을 전담하고 있다. 스파오는 IP 협업 특성상 1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내 기획을 완성해 빠르게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간 2회의 SNS 설문, 온라인 그룹인터뷰, 4회의 디자인 품평회, 2회의 오프라인 품평 등을 주기적으로 운영한다.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 스포츠 구단 등과 협업이 많은 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유입도 상당하다. 올해 스타필드 고양점내 스파오 매장에서 진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협업에선 오픈런이 200여명, 대기가 3시간가량 이뤄진 바 있다. 지난해 AK플라자 홍대점에서 진행한 두산베어스, 하츠네미쿠(일본 캐릭터) 협업 당시에도 200~300여명의 오픈런, 대기 3~4시간 등을 기록하며 팬덤 수요를 확실히 끌어들인 모습이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 협업 상품은 IP 사용료와 추가 공정으로 일반 상품대비 1만~2만원 높은 가격대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의류 굿즈 중 가성비’로 평가한다”며 “협업 상품은 단순 굿즈를 넘어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신성통상(005390)의 SPA 브랜드 ‘탑텐’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협업 IP는 △디즈니 △피너츠 △유니버설뮤직 △세서미 스트리트 △캐스퍼&핫스터프 △그레이트풀 데드 등이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캐릭터와 특정 팬층이 있는 인디·국내 크리에이터 등을 혼합해 팬덤 IP 협업 영역을 넓히는 구성이다.

탑텐은 온라인몰내 별도 협업 매거진, 계절별 한정 출시, 디자인 차별화 등을 내세운다. 단순 프린팅 티셔츠를 넘어 테마 기획, 룩북, 패키지까지 통일된 세계관을 제안, 팬덤 소비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스파오와 탑텐 등 토종 SPA 브랜드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IP 협업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IP 협업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전략으로 가져가고 있는 건 현재 SPA 시장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고물가 장기화 속 성장엔진을 단 SPA 시장이 최근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기존처럼 단순 가격 경쟁만으론 차별화가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단 분석이다.

IP 협업은 기본적으로 팬덤 기반이기 때문에 기존 가격 경쟁 중심의 SPA 시장의 접근 방식과는 다르다. 비가격적인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타 브랜드에 비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PA 업계 관계자는 “IP 협업의 경우, 이미 팬덤 기반이기 때문에 고객을 설득할 필요가 없고, 자연스럽게 SPA 브랜드 속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며 “특히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속도가 빠른 SPA 브랜드의 경우 IP를 유통시키기 매우 좋은 통로”라고 말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도 최근 몇년간 세계적인 IP들과의 협업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UT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IP와 협업해 기본 티셔츠 중심으로 매년 팬덤을 유입시킨다. 더 나아가 지역이나 국가 특성을 반영한 캐릭터 및 디자인을 내세운 협업 제품들도 선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SPA 경쟁의 척도가 이제는 가격에서 브랜드 차별화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프라인 매장까지 IP 특화 콘셉트로 만드는 시도까지 이어지며 SPA도 이제는 콘텐츠와 경험을 만드는 전략이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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