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기업들 비명…"원재료 비용 수조원 더 든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2일, 오후 06:59

[이데일리 김정남 정병묵 기자] 중동 충격파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위기 국면 때 봤던 환율 수준을 넘어서면서 올해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22일 산업계,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500.60원으로 2거래일 연속 1500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1483.40원)은 1990대 말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의 양상이 에너지 시설 타격까지 번진다면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은 와중에 환율까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1500원이 넘는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기치 못한 중동 리스크에 산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율 폭등(원화 약세) 탓에 원재료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미국 현지 공장 가동 부담이 커질 수 있는 탓이다.

환율에 가장 민감한 곳은 항공업계다. 대한항공은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대부분을 달러화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그래도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가뜩이나 치솟은 기름값을 더 비싸게 지불해야 할 판인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으로 4월 유류할증료가 전달보다 최대 3배까지 올랐다”며 “이에 따른 여객 수요 위축이 장기화하고 고환율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 역시 생산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면 당기순이익이 4351억원 증가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환율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철강업계 등처럼 원재료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액(삼성디스플레이 포함)은 113조원에 달한다. 이 중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상당수를 달러화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움직일 경우 조(兆) 단위 비용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LG전자 역시 TV, 전장에 필요한 칩을 퀄컴, 미디어텍, NXP 등으로부터 조달한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현지 공장 가동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고환율의 또 다른 악재다. 미국 현지에 달러화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그 규모가 커져서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1600원대 환율까지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사업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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