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3일 열린다. 자녀 부당공제나 과거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 외에 결정적인 도덕성 흠결이 발견되지 않아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난한 청문회 통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 공방보다는 장관 임명 직후 첫 시험대가 될 10조 원에서 최대 25조 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중장기 재정 운용 방향 등 굵직한 정책 검증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도덕성 공방 대신 정책 검증…신속한 추경 편성·기본소득 논의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앞서 낙마한 장관 후보자 사례들과 달리 박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비교적 가벼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소득이 있는 딸을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연말정산 공제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박 후보자는 서면 답변을 통해 "착오 사항으로 인지해 즉시 국세청에 수정 신고하고 납부를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30여 년 전 야간 특수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에 대한 지적 역시 관련 선행 연구와 자료가 희박해 폭넓은 인용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소명하며 논란의 불씨를 진화했다.
대신 여야 청문위원들의 질의는 박 후보자의 경제 정책 철학과 현안 대응 능력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 출범 이후 3개월 가까이 수장 공백이 이어졌던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강도 높게 주문한 '추경 속도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가 핵심 검증 대상이다.
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구조적 복합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중동 상황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민생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한 만큼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후보자의 입장도 주요 검증 대상이다. 박 후보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혁신에 따른 일자리 감소, K자형 경제 회복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을 이유로 기본소득의 논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즉각적인 전면 도입은 어렵더라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의 성과를 검토하는 등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답변해 향후 재정 운용의 방향성을 시사했다.
첫 시험대 '전쟁 추경' 진두지휘…초과세수 발굴·재정 건전성 숙제
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중동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 추경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금융시장 등에서 추산하는 이번 추경 규모는 최소 10조 원에서 최대 25조 원에 이른다.
이번 추경의 과제는 '적자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규모 재원을 조달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달 말 신고·납부되는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초과세수를 활용할 입장이지만, 지출 구조조정이 동반되지 않고는 재원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련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세부 조율도 시급하다. 정부가 최근 전격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관련해, 판매가 통제를 받는 정유사의 강제 손실분을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해 보전해 주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나아가 중동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이 심한 지방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지역화폐의 획기적 차등 지원,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화물차 및 대중교통 유가연동보조금 단가 인상 등 세밀한 핀셋 지원의 규모와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 이슈가 적어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추경 시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장관 취임 직후인 이번 주(23~27일) 후반, 늦어도 다음 주(30일~4월 3일) 초에는 기획예산처의 추경안 발표와 국회 제출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초대형 확장 재정을 운용하면서도 중장기적인 국가 재정 건전성을 다잡아야 하는 점은 박 후보자가 안고 갈 가장 큰 숙제다. 박 후보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확장재정을 펼치면서도, 동시에 관행적인 낭비 예산을 삭감하고 지출 구조를 혁신해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재정의 마중물 역할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 지속가능한 적극재정을 구현해야 한다"며 "'적재적소, 불요불급' 원칙하에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상시적인 지출효율화 시스템을 구축해 재정사업을 원점 재검토하는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재량지출은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지출 구조조정하고, 의무지출은 중장기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