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모태펀드, '출자자 유치' 판 다시 짰다…스타트업코리아·첫걸음 통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3일, 오후 06:34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모태펀드가 올해 LP플랫폼펀드를 통해 작년까지 별도로 운영했던 '스타트업코리아펀드'와 'LP첫걸음펀드'를 하나로 묶었다.

신규 기관투자자의 벤처시장 첫 진입을 노렸던 LP첫걸음펀드가 출자자 모집에서 난항을 겪은 반면,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민간 출자자와 전략적 LP를 모으는 통로 역할을 했던 만큼 흩어져 있던 민간 LP 유치 기능을 하나의 구조로 재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엠갤러지에서 열린 ‘2025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출범 선포식.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23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는 최근 ‘LP 성장펀드(플랫폼펀드)’ 조성계획을 공지하고 연기금·기업·금융권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참여 의향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자펀드 연합출자, ▲연기금 전용 모펀드, ▲중기부 정시 출자사업 연계형 공동출자 세 트랙으로 구성됐다. 현재는 출자자 수요를 먼저 확인하는 단계로, 이후 개별 협의를 거쳐 후속 출자사업 공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와 LP첫걸음펀드는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

이번 재편의 배경에는 지난해 'LP첫걸음펀드'의 흥행 부진이 있다. LP첫걸음펀드는 벤처투자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기관투자자의 첫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됐지만, 실제 출범 과정에서는 출자 의향서 접수 기간이 무기한 연장되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등 신규 기관자금 유입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최초 출자자 입장에서 위험 부담을 감수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민간 LP를 실제로 유치하는 데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LX세미콘, GS건설, 기업은행, 현대해상, 노란우산공제 등 30개 민간 출자자가 2500억원 이상을, 모태펀드가 1700억원을 매칭해 4200억원 규모 모펀드를 조성했다. 다만 자금 배분 측면에서는 GP 전반으로 확산됐다기보다, 사업 연계와 오픈이노베이션 수요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는 VC·CVC 중심으로 흡수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예산만 놓고 보면 올해 방향은 확대보다 재편에 가깝다. 지난해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예산은 1700억원, LP첫걸음펀드는 260억원으로 두 사업을 합치면 1960억원이었다. 올해 LP플랫폼펀드 출자규모는 1700억원으로 작년 두 사업 합산보다 260억원 줄었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는 예산이 축소됐지만, 별도 사업으로 나뉘어 있던 민간 LP 유치 기능과 신규 기관투자자 유입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힌다.

실제 올해 LP플랫폼펀드의 3개 구조에는 작년 두 사업의 성격이 나뉘어 담겼다. 민간기업이 자펀드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출자형에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의 색채가 짙다. 민간 출자자가 투자 분야를 제안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여부와 투자기업 지분 우선매수권까지 반영해 사업 협력과 후속 투자 수요를 함께 담았다. 연기금 전용 모펀드형은 LP첫걸음펀드의 연장선에 가깝다. 모태펀드와 연합 출자자가 먼저 모펀드를 조성한 뒤 자펀드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기관 LP의 첫 진입을 유도했던 구조에 손실·수익 보완 장치를 더해 연기금 유인책을 강화했다.

중기부 정시 출자사업과 연계한 공동출자 구조는 올해 새로 생긴 트랙이다. 연기금과 금융권이 정시 출자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위험가중자산(RWA) 특례까지 반영했다. LP첫걸음펀드가 신규 기관 LP 유치 실험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 자금까지 범위를 넓힌 셈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특정 트랙에 집중하기보다 투자자별 니즈에 맞춰 각 구조를 최대한 차별화했다”며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공동출자형에는 투자기업 우선매수권을 넣고, 연기금 전용 모펀드에는 풋옵션을 반영하는 식으로 각 출자자 특성에 맞는 유인책을 담았다. 어느 한 구조보다 전체 구조가 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