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총리, 각 부처 산하 위원회 개수만 580여개에 이르다 보니 기능과 역할이 위원회끼리도 중복되고 주무부처 관료들과 업무 영역이 겹치는 일이 다반사인 영향이 크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책 관련 메시지를 쏟아내고, 각 부처가 이를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위원회의 자문이 국가 정책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힘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행정안전부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단 한 차례도 본회의를 열지 않은 정부위원회는 180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정부위원회(581개)의 30%가 넘는 수치다.
정부위원회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정 운영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되는 합의제 기구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이 함께 정책 자문·심의·의결·조정 등을 수행한다.
성격에 따라 단순 조언을 하는 자문위원회부터 법적 결정권을 갖는 심의·의결위원회, 독자적 집행권까지 갖춘 행정위원회 등으로 구분된다.
개점휴업한 정부위원회를 소속별로 보면, 대통령 소속이 7개, 국무총리 소속은 22개였다. 중앙부처에선 국토교통부 소속 위원회가 17개로 가장 많았고 농림축산식품부(14개), 교육부(13개), 문화체육관광부(10개)가 뒤를 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55%)와 농식품부(50%)는 소속 위원회 중 절반 이상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국방부, 문체부도 각각 42~43%가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특히 국가 차원의 주요 정책과 관련한 위원회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진흥위원는 지난 2024년 2월 이후 대면 이후를 멈춘 상태다. 정부가 원전 2기 신설 확대를 공식화하고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상황인데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 원자력진흥법에 따른 5개년 계획인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간판만 걸어둔 셈이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소속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는 한때 투기지역 지정과 해제를 담당하며 ‘투기 잡는 저승사자’라고도 불렸지만 규제지역 지정 권한이 국토교통부로 단일화하며 기능이 쪼그라들며 이름만 남았다.
원자력진흥위원회의 한 민간위원은 “정치적으로 신설된 위원회들이 생기며 기존 위원회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라며 “또한 부처들이 자기 업무를 대통령이나 총리급으로 격상시켜 보고 횟수를 늘리려는 이른바 ‘에스컬레이션’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회의 예산을 배정받고도 회의를 진행하지 않는 위원회도 다수다. 지난해 전체 정부위원회 회의 예산은 약 369억원, 하반기 가동하지 않은 위원회에 배정된 예산은 32억원 규모에 이른다. 운영에 드는 예산 등을 제외하고 민간위원에게 지급하는 회의참여수당, 회의장소 임차비용 정도만 포함된 수치다.
회의 예산이 배정됐음에도 지난해 하반기 개점휴업을 한 44곳 중엔 국무총리와 대통령 소속이 각각 7곳, 6곳으로 가장 많았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무처도 두고 있는 사회보장위원회는 비교적 많은 3억 2600만원의 회의예산이 지난해 편성됐으나 하반기에 기능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5억 189만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4억 5500만원)도 가동이 멈췄다.
저고위 측은 “저고위를 인구전략위원회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며 “간담회를 통해 민간위원들과 소통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 산하 위원회들이 부처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명분 쌓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위원회 다수를 차지하는 자문위원회는 관료들이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형식적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며 “책임 행정을 추진하지 않아 자문위 운영하는 데에만 무형의 행정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상당수의 심의위원회가 보여주기식 행정이나 책임 회피를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관의 독단적 결정을 전문가 집단의 합의인 것처럼 포장해 책임 행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