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환율 고점?"…5대 은행서 달러예금 6조 이탈

경제

이데일리,

2026년 3월 24일, 오후 04:1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원화 환율이 17년 만에 1500원을 넘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이달 들어 시중은행에서 달러예금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급등에 따라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 등이 반영된 결과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139억2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46억4000만달러) 대비 7억1300만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현재 환율(1495원)로 환산하면 1조677억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의 달러예금은 지난달 전월보다 2000만달러 줄어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한 바 있다.

개인의 달러예금 뿐 아니라 기업 달러예금도 감소세다. 5대 은행 기업 달러예금은 지난달 27일 기준 508억5100만달러에서 이달 23일 482억달러로 26억5100만달러가 줄었다. 개인과 기업 등을 모두 합친 5대 은행의 전체 달러예금 잔액은 23일 기준 613억8300만달러로 지난달 말(658억4400만달러)보다 44억6100만달러(약 6조6700억원) 가량 줄었다. 앞서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은 지난 1월 656억7440만달러에서 2월 말 658억4400만달러로 증가했었다.

개인들의 달러예금이 줄어드는 건 현재 환율을 ‘고점’이라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7.9원 오른 1501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최근 장중 환율이 1500원 선을 넘기도 했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 선을 넘겨 마감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불안에 안전 자산인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통상 달러 예금 투자자들은 원화를 달러로 예치한 이후 환율이 오르면 다시 달러를 원화로 빼내서 환율 차익을 실현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개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매도(출금)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의 경우 달러가 비싸지면 신규 매입은 줄고, 대금 결제 등은 지속되기 때문에 감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외화 예금 관리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주요 은행들에 “달러 등 외화예금을 부추기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며 환율 방어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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