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운영리스크 손실사건에서 DLF 및 라임펀드 사태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르면 은행은 DLF, 라임펀드 사태와 같이 불완전판매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를 은행의 ‘운영리스크’로 보고, 운영위험가중자산(RWA) 산출에 반영해야 한다. 은행은 과거 10년간 손실데이터를 반영해 손실요소를 산출한다.
다만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금감원장의 승인으로 특정 손실사건을 산출에서 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순 손실금액이 은행 연평균 운영리스크 순 손실금액의 5% 이상 △최소 3년 이상 손실요소 산출에 반영 완료 △관련 손실사건 재발 방지대책 수립·이행 중이라는 요건을 맞춰야 한다. 금감원장은 이같은 사건이 다른 부문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남아 있는 법률 리스크가 없는지, 다른 사업부문이나 상품과도 관련이 없는지 등 종합적으로 감안해 배제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다. 은행의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할 만큼 사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증명됐을 때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금감원이 검토 중인 DLF, 라임펀드는 각각 2019년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밝혀져 금감원이 2019~2020년 현장 점검을 실시했고 2021년 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왔다. 2022년에는 금융당국이 주요 판매 은행들에 일부 엄부업무정지, 과태료, 임직원 징계 등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2022년 12월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회장의 DLF 중징계 취소소송이 최종 승소하고, 2024년 7월 함영주 하나금융회장 또한 DLF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법률 리스크가 해소됐다.
그동안 운영리스크에 DLF·라임펀드 손실을 반영해온 은행들은 최소 기간인 3년이 지난데다 법률 리스크가 없어졌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총량제 도입 등으로 재발방지책이 수립·이행되고 있다며 운영리스크 반영기간 축소를 건의해왔다. 특히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따른 과징금 약 1조 5000억원, 공정거래위원회의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2720억원을 반영할 경우 은행들의 운영위험가중자산은 조단위로 불어난다. 예를 들어 A은행 과징금이 1조원이라면 승수 등을 곱해 6~7배로 반영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금감원에서도 은행의 건전성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충족하는지 검토한 후 반영기간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관건은 ‘재발방지책’이다. 2019년 11월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 은행의 고난도 사모판드 판매를 제한하고 총량제를 도입했지만 이를 충분하다고 판단할지는 금감원장의 몫이다.
금융권에서도 금감원장이 ‘관련 손실사건 재발 방지대책 수립·이행’ 요건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3년 이상 반영 여부, 순손실액 비율 등 정량 지표는 명료하지만 관련성, 재발 방지대책 수립 여부, 잔여 법률리스크 요건에 대해서는 세부 요건과 당국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정성적 요건은 금감원장의 판단 사항이기 때문에 충족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적·포용 금융이라는 정책 기조가 명확한 만큼 운영리스크 반영기간을 축소해 은행에 조금이나마 자본비율 관리 여력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및 모험자본 투자, 국민성장펀드 출자 등 은행의 자금 공급이 중요해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LTV 과징금에 환율 상승으로 은행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줄여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미 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요건을 명시하고 있어서 절차도, 명분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운영리스크 손실익식을 합리화해준다면 은행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관리하는 데 조금이나마 여력이 생긴다”고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또한 생산적 금융 회의체에서 은행권의 역할 확대를 위한 다양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시사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