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중복위임장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24 © 뉴스1 최지환 기자
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 간 세 번째 맞대결이 최 회장 측 승리로 재차 마무리됐다.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수에서 MBK·영풍에 앞서면서 경영권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MBK·영풍 측 이사 수가 늘어난 만큼 향후 이사회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주총 표결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 표결 처리 방식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법적 분쟁도 예고된 상태다.
'美 정부와 JV' 묘수…崔, 격차 유지 성공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제52회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지난해 1월 임시 주총과 3월 정기 주총에 이은 양측간 세 번째 표 대결이다. 당초 오전 9시 개회 예정이었으나 양측 간 중복 위임장 문제로 세 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날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양측이 확보할 이사 수였다. 현 경영진은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을, MBK·영풍은 박병욱·최연석·최병일·이선숙 등 4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간 합작법인 크루시블 JV 측에선 월터 필드 맥라렌 후보 1명을 냈다.
이사 선출에 앞서 양측은 선출할 이사 수를 두고 맞붙었다. 이번 주총에선 임기 종료 이사 규모에 맞춰 최대 6명의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데 양측이 1승 1패를 거두면서 5명의 이사를 뽑는 것으로 결정됐다.
고려아연은 사내·사외·기타비상무이사 5명에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선출하자고 주장했고, MBK·영풍은 사외·기타비상무이사 6명을 뽑자고 맞섰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은 주주 별로 최대 3%의 의결권만 행사하는 3%룰이 적용돼 소수 주주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MBK·영풍에 불리하다.
표결 결과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출 안건과 MBK·영풍이 제안한 6인 선출 안건 중에는 5인 선출이 채택됐다. 5인 선임 안건은 출석 의결권수 대비 62.98%, 발행주식 총수 대비 57.41%의 찬성을 얻은 반면 6인 선임 안건은 각각 52.21%, 47.52%의 찬성에 그쳤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추가하자는 안건은 53.59%로 출석 의결권수의 과반을 확보했지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 의결권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후 진행된 이사 5인 선임 안건에선 크루시블 JV 측 맥라렌 후보가 1위, 최 회장이 2위, 황 이사장이 3위로 각각 선출됐다. MBK·영풍 측 후보 중에선 최연석·이선숙 후보가 각각 4·5위로 선임됐다. 이번 이사 선임은 지난해 3월 주총과 마찬가지로 1주에 선임할 이사 수만큼 표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로 진행됐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5명으로 구성되고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이 4명이었다. 이 가운데 6명(5대1)의 임기가 이번 주총을 전후로 만료됐다. 남은 이사 9명(6대3)에 이번 주총에서 선출된 5명(3대2)을 더하면 최 회장 대 MBK·영풍 구도는 9대5로 재편된다.
지난해까진 이번 주총을 거치면 8대7 구도로까지 차이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JV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격차를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이날 불발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올해 중 임시주총을 열어 재차 선임할 경우 격차는 10대 5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외 MBK·영풍이 제안한 안건 중 △주식 액면분할 △집행임원제 도입 △주주총회 의장 변경 등 대부분 안건이 부결됐으나 이사회 소집을 3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안건은 통과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 보수 한도 확대 안건은 통과했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6.3.24 © 뉴스1 최지환 기자
'해외 주주 과소표결 문제' 뇌관…MBK·영풍 "가처분" 예고
다만 이날 MBK·영풍이 또다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이날 선출된 이사들의 직무가 일시적으로 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도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 4명은 직무집행 정지 상태다.
이날 고려아연과 MBK·영풍은 해외 투자자 '과소 표결'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고려아연은 주총 개회 전 예탁결제원을 통해 제출된 외국인 기관 투자자 표결 중 '과소 표결'에 대해 '프로 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했고, MBK·영풍은 이에 반발하면서 개표 절차가 지연됐다.
프로 라타 방식이란 외국인 투자자가 실수나 시스템상의 이유로 표의 일부만 행사하고 남은 의결권을 후보들에게 비례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MBK·영풍은 이를 모두 기권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MBK·영풍 측 대리인은 "예탁결제원 시스템에 입력된 숫자를 회사가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외국인 주주가 특정 후보자에 찬성 의사 표시한 지분은 표결 의사를 표명한 것이고 나머지는 기권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의 배분은 주주 의사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과소표결은 과소표결대로 원본값을 바꾸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서 과소표결을 프로라타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표결을 집계할 때는 시스템 미비로 집중투표제가 아닌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요청할 수밖에 없어, 남은 의결권에 대해서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5주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가 비(非) 집중투표제하에서는 한 후보에 15표씩 행사하지만 집중투표제로 5명을 선임할 경우 의결권 수가 75표로 늘어나고 한 후보에 75표를 몰아서 행사할 수도 있는데, 이같은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변호인은 "본인이 원한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면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위임의 취지를 반영해 (프로 라타 방식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반대, 거버넌스 개선 명분 약화"
한편 MBK·영풍이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반대한 것에 대해선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는 9월 시행하는 개정 상법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려야 하는데 불발됐기 때문이다.
해당 안건이 이날 표결에서 출석 의결권수의 53.59%의 찬성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지분 40% 이상을 확보한 MBK·영풍 위주로 반대가 이뤄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MBK·영풍 측은 상법 개정 시행은 9월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이날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에 오른 이민호 후보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모두 지지한 안건마저 MBK·영풍이 반대했다면 그동안 주장해 온 거버넌스 개선 등의 명분을 크게 약화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과 다른 주주들 입장에서도 MBK·영풍 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6.3.24 © 뉴스1 최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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